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9번의 저주'는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등번호 9번의 새로운 주인 박주영(27)은 한 시즌 통틀어 7분 출전에 그쳤다.
박주영은 13일(한국시간) 열린 리그 최종전 웨스트브롬위치와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 이틀 전 "박주영과 산투스·스킬라치를 믿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경기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한 아르센 벵거 감독은 립서비스에 불과했다. 이로써 박주영은 1월 2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후반 38분 교체투입돼 7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게 올 시즌 리그 출전의 전부가 됐다. 슈팅 한 번 날리지 못했고 물론 득점도 없다.
박주영은 지난해 9월 프랑스 AS모나코를 떠나 아스널에 입단하며 등번호 9번을 받았다. 주전 공격수를 의미하는 번호지만 뭔가 찜찜했다. 아스널에서 9번은 '저주의 번호'로 통한다. 1997년부터 15년 동안 박주영을 포함해 7명의 선수가 9번을 달았지만 늘 부진과 부상에 시달렸다.
니콜라 아넬카(상하이 선화)·다보르 수케르(은퇴)·프란시스 제퍼스(셰필드)·안토니오 레예스(세비야)·줄리우 밥티스타(말라가)·에두아르도 다 실바(샤흐타르 도네츠크) 등이 '9번의 저주'를 풀지 못했다.
박주영도 이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 언론들은 시즌 내내 "박주영이 올 시즌 후 아스널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또 아스널은 최근 독일 국가대표팀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27)를 영입하며 박주영을 철저히 무시했다. 박주영 입장에서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아스널에 더 있을 이유가 없다. 국내 축구인들도 "국가대표팀과 개인의 미래를 위해 아스널을 떠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또 경기력 문제에 병역 기피 논란까지 겹쳐 한국 축구대표팀 발탁 여부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라 아스널 탈출이 불가피하다. 대한축구협회는 박주영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15일 귀국 후 병역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하지만 박주영은 14일 오전까지 기자회견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