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하는 섹스를 좋아하십니까?' 나는 도무지 아침 섹스에서는 절정을 경험해본 기억이 없다. '흠…나만 별론가?' 섹스 좀 한다는 친구들에게 물어봤으나 아침 섹스를 좋아한다는 여성동지를 찾기란 역시 쉽지 않았다. 반면 남자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봐봐. 막 잠에서 깬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헐벗은 채로 옆에서 비몽사몽하고 있으면 섹시하다는 생각이 안들리가 있겠냐? 커튼 틈사이로 찬란하게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부끄러워하는 여자친구를 하얀 홑이불로 감싸 안으면서 시작하는 로맨틱한 모닝 섹스! 이건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나도 다시 물었다. "아침까지 한 침대에 누워있던 그녀가 언제나 여자친구뿐이라는 거짓된 전제는 집어치워라. 전날밤에 처음 만난 분이어도 아침에 막 사랑스럽더냐?" 녀석들이 입을 모았다. "그런 경우의 아침 섹스는 덤이다! 보너스의 개념이다!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남자라면 그것도 놓칠 수 없다!"
알뜰한 녀석들. 조금 더 솔직히 말해달라고 했다. "물론 떡본 김에 제사지내고 싶은 이유도 좀 있고, 불을 꺼도 소용없는 적나라한 시각적 자극에 좀 더 흥분되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지." 남자들에겐 확실히 아침 섹스가 일몰 후 섹스 버금갈만한 별미인 것 같았다.
여전히 의문이다. '그런데 왜 난 재미가 없지?'
신경쓰이는 게 많았다. 아침의 입냄새. 나의 냄새를 맡게 하는 것도 피하고 싶지만, 그의 냄새를 맡는 것도 싫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내가 양치를 하고 온다고 해도 남자의 이를 억지로 닦게 하기는 쉽지 않지 않은가. 그러니 키스를 피하게 되고 당연히 애무에 몰입하기 힘들다. 그리고 자신의 알몸에 자신만만한 여자도 별로 없다. "벗을까?"란 질문에 "불 먼저 꺼줘"라고 대답하는 대부분의 한국 여인은 옷을 벗는 그 자체가 부끄럽다기 보다 마음에 안 드는 자신의 몸을 남자와 함께 보는 것이 힘겹다.
전날밤에도 거사가 있었다면 통증이 남아있을 수 있다. 약한 조직으로 이루어진 질 주변의 피부는 정상적인 섹스 후에도 상처를 입거나 쓰리고 화끈거리기 쉽다. 다음날 아침까지도 말이다. 사랑하는 사이에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관계 후에도 며칠 간의 아픔을 호소하는 여자들이 흔하다. 그 밖에도 출근시간, 체크아웃시간 등에 쫓긴다거나 심지어 전날밤 어슴프레한 조명 아래서 꽤 그럴듯해 보였던 모텔방의 인테리어가 아침햇살에 싼티와 비위생을 드러내는 것도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날밤을 함께 지낸 남자가 원한다는데 인지상정으로 뿌리치지 못하는 게 또 여자아닌가. 그런 그녀를 위해 당신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눈꼽도 못 뗀 얼굴 빤히 보지 않기와 빨리 끝내기'이다. 여자입장에서 그윽히 눈맞추면서 충분히 노력해주는 모습은 적절히 어두운 조명아래서 더욱 고맙다.
김야미는
사연많은 대한민국 대표 헛똑똑이 돌싱녀, 32세, 연애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iamkimyam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