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영국 히드로공항은 세계최고 경주마의 입국을 보러 온 수많은 기자들로 북적였다. 주인공은 호주 경마에서 최고 연승에 도전하고 있는 블랙캐비어(암말·5세)다. 23일 열리는 ‘더 다이아몬드 쥬빌리(the diamond Jubilee Stakes)’ 출전을 앞두고 이날 히드로공항에 도착한 블랙캐비어는 3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에도 거뜬한 모습이었다.
블랙캐비어는 현재 21전 전승을 기록한 호주 최고의 암말이다. 혹자는 ‘역대 최고의 암말’이라고까지 평하기도 한다. 유력 경마 매거진, 레이싱포스터는 “블랙캐비어의 22연승이 이번 쥬빌리 경주에서 이루어질 것이다”며 3면짜리 특집기사를 실었다. 현재 유럽 조교사들은 블랙캐비어가 출주하는 이 대회 참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는 후문이다. 일부 경마 관계자들은 “블랙캐비어의 우승은 따논 당상이며, 어느 정도의 차이로 우승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할 정도다.
현재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경주마인 블랙캐비어는 그 이름에 걸맞게 눈·피부·털색 모두 검정색이다. 마주 데이비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검정색인 그녀는 무척 당당해보인다. 그리고 지금 세계적인 명마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블랙캐비어는 데이비드를 포함해 7명의 마주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7명의 마주들에게 블랙캐비어는 자신이 소유한 경주마 그 이상이다. 공동 마주들은 블랙캐비어를 21만달러에 구입했고, 지금까지 총 상금으로 36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데이비드는 “블랙캐비어는 가족과 친구로 맺어진 공동 마주들간의 우정의 상징”이라며 “우리는 지금 재미 그 이상, 인생의 감격을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캐비어라는 이름은 모마 ‘헬싱지(Helsinge)’에서 비롯됐다. 블랙캐비어가 태어났을때 마주는 스칸디나비아 헬싱지 지역의 특산물 연어를 떠올렸고, 그와 어울리는 블랙캐비어가 이름이 됐다.
블랙캐비어는 지난 5월 열린 더 그룹 원 굿우드에서 21연승을 기록했다. 블랙캐비어 이전까지 호주경마 역사상 최다연승은 1915~1917년 출주한 ‘데저트골드’, 1919~ 1921년 활동한 ‘글로밍’이 공동으로 갖고 있는 19연승이었다.
한편, 경마 최다연승 세계기록은 56연승을 기록한 푸레르토리코의 ‘카마레로’다. 현재 블랙캐비어는 역대 호주 최강마인 퍼랩(Phar Lap)의 뒤를 이을 국민마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