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간대 꼴찌에서 일요 예능 절대 강자로 우뚝 선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이 100회를 맞았다.
24일 방송된 '런닝맨'은 100회 특집으로 꾸며졌다. 이날 방송에는 2007년 결혼 후 좀처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은 배우 김희선이 출연해 예능감을 선보였다. 지난 2010년 7월 11일 첫 방송(10.3%,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이후 시청률이 계속 하락해 5%대까지 떨어졌던 '런닝맨'이 일요 예능 1위(17일 방송 17.6%)에 올라 화려한 100회를 맞이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만화처럼 재미있는 캐릭터
'런닝맨'은 마치 한 편의 만화같다. 현실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개성 강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실제 성격을 부각시키고 이를 캐릭터화하지만 '런닝맨'은 가상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런 차별화 전략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했고 캐릭터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데뷔 이래 '메뚜기' '1인자'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수식어가 없었던 유재석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르스윌리스(유재석과 브루스 윌리스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거짓말도 못할 것 같은 '바른생활 사나이' 유재석이 멤버 전원을 속이고 이름표에 몰래 물총을 쏘는 미션을 성공하자 시청자들이 '영화 '식스 센스'의 주인공 브루스 윌리스같다'며 이 같은 별명을 만들어줬다. 하하는 방송에서 떼쓰고 소리를 지르는데 이런 모습이 초등학생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며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 '하로로(하하와 어린이 만화 캐릭터 뽀로로의 합성어)'라는 별칭이 생겼다. 김종국은 멤버 중 가장 힘이 세고 미션 완수를 잘해 '능력자'로 불린다.
프로그램 담당 조효진 PD는 "제작진이 멤버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는 건 전혀 없다. 멤버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더 극대화해서 재밌게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상황 설정을 한다. 멤버 모두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대단하다"며 "멤버들이 미션을 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거스르는 자' 등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를 할 때도 종종 있다. 유치해보일지 몰라도 시청자 반응은 꽤 좋다"고 설명했다.
▶'틀'을 벗어난 다양한 미션과 장소
방송 초반 '런닝맨'은 일정한 장소에 갇혀 미션을 수행한 후 탈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회를 거듭할수록 '뻔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탈출'이라는 전체적인 틀을 벗어나면서부터 프로그램이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했다. '초능력자 편' '좀비 편' '여고생 편' 등 매 회 새로운 컨셉트의 미션을 선보였고, 촬영 장소도 다양해졌다. 시장·학교·SBS 목동 사옥·수영장·박물관 등 배경을 바꿨다. 어떨 때는 멤버들이 한 회에 3곳 이상의 장소를 들를 때도 있었다.
조효진 PD는 "처음에는 정해진 장소를 벗어나서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 하지만 장소에 얽매이다보니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없었다"며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멤버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미션을 할 수 있는 게임을 시도해봤다. 그런데 그게 충분히 가능했다. 장소를 다양화하면서 발전된 형태의 미션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지성·김희선 등 화려한 게스트
현재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 중 단연 가장 화려한 게스트를 자랑한다. 축구선수 박지성·최민수·한가인·이민정 등 예능에서 쉽게 보기 힘든 스타들이 '런닝맨'에 출연했다. 미쓰에이·애프터스쿨·원더걸스 등 최근 '핫'한 아이돌 그룹들도 줄줄이 등장했다. 이처럼 '런닝맨'이 게스트 섭외에 두각을 나타내는 건 '짜여진 대본'이 없어서다. '런닝맨'은 멤버와 게스트 모두 녹화 당일 미션이 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스파이가 누구인지도 출연진은 미리 알 수 없다. 박지성도 이 점에 매력을 느끼고 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관계자는 "예능이지만 웃겨야한다는 부담감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대본도 없고 주어진 미션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에 예능 초보자들도 '런닝맨' 출연에 거부감이 덜하다"며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라 인지도를 높이고, 새 앨범·작품 홍보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된다. 출연하고 싶다고 먼저 의사를 밝힌 스타들이 꽤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