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26·넥센)는 올해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그는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프로 데뷔 후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지난해 시즌 중반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했다. 트레이드는 그의 야구 인생에 전환기가 됐다. 박병호는 올 시즌 팀의 붙박이 4번타자로 나서 타점 1위(58개) 홈런 2위(16개) 장타율 2위(0.587)를 기록하며 '거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린 6월 끝자락. 목동구장에서 박병호를 만나 팬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물어봤다. "팬들의 예리함에 놀랐다"고 혀를 내두른 그는 "나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를 짓고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답변을 내놨다.
‘순둥이’에서 ‘전사’로
-올 시즌 수염을 기른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무섭다’는 팬들도 있던데.(ID: 아키X)
“면도를 하지 않으면 수염이 하루 만에 덥수룩하게 자라는 스타일이다. 호기심에 길러 봤는데,때마침 야구가 잘되더라. 그래서 면도하지 않고 길러 봤다. 지금은 깔끔하게 정리했다.”
-팔에 한 문신이 눈에 띈다.(ID: KolXXX)
“특별한 의미는 없다. 개인적인 취향이라 하게됐다. 올해 4월에 했는데,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전투적 의미를 상징하는 문양이라고 하더라. 문신을완성하는 데 4시간 정도 걸렸다.”
-눈웃음이 인상적이라 여자 팬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같다.(ID: 연아X)
“여자들에게 인기? 진짜 없었다. 사실이다. 대신나는 남자 팬들이 많았다. 내가 보기에 우리 팀 꽃미남들은 (심)수창이 형, (김)민성이 정도? 아, 요즘대세인 (서)건창이도 인기가 많은 것 같더라.”
새 둥지, 새 출발
-넥센에서 맹활약하는 걸 보며 아쉬워하는 LG 팬들이 많다. LG를 떠날 때 솔직한 심정은. (ID: 어랍X)
“정말 죄송한 심정이었다. 나를 응원해 주는 분들이 많았는데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트레이드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자신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등번호가 52번이다. LG 시절 25번의반대인데, LG 때 성적을 뒤집어 보겠다는 의미인가.(ID: 병홀X)
“그건 아니다. 지난 시즌 넥센에 합류해서번호를 고르는데 남은 번호 중 52번이 눈에 확 띄더라. 유니폼뒷면에 ‘5’와 ‘2’가 합쳐지니 꽉 찬 느낌이었다.”
-가정도 새로 꾸렸다(박병호는 지난해 12월 이지윤전 KBS N 스포츠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현재 활약과 관련해 부인의 지분은 얼마 정도인가.(ID: 불꽃XXXX)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50%는 야구장에서, 나머지 50%는 가정에서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가끔 특별한 음식을 해준다. 신혼여행에 가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집에서 똑같이 만들어 준 적이 있다. 어려웠을 텐데…. 맛도 맛이지 만 그 정성이 고마웠다.”
-인터넷 연관 검색어에 ‘박병호-홈런’과 ‘박병호-이지윤’ 중 어느 쪽이 먼저 뜨는 것이 좋은가.(ID: LGTXXXX)
“당연히 ‘박병호-이지윤’이다. 평생을 함께할부인이지 않은가.”
힘의 원천은 부모님!
-박병호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힘’이다.(ID: 구르XXX)
“부모님이 건강하게 낳아 주시고, 키워 주셔서 가능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고 싶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보약을 먹었는데, 이때 매년 10㎝씩 자랐다. 요즘 말로 ‘폭풍성장’한 셈이다. 그때 성장이 지금의 바탕이 됐다. 또래들보다 커서 기술 습득이 빨랐다. 물론 힘도 훨씬 좋았다.”
-힘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가. 혹시 삼진 당하고방망이를 허벅지로 부러뜨린 적은 있는지.(ID: 작뱅XX)
“허벅지로 방망이를 부러뜨린 적은 없다. 자칫잘못하면 다칠 수 있다. 특별히 힘 자랑을 한 적이없어서…. 아, 부러진 방망이로 홈런을 친 경험이있다(박병호는 지난해 9월 27일 문학 SK전에서부러진 방망이로 홈런을 생산했다).”
-홈런 타자들의 자존심은 비거리라고 하더라. 올 시즌 몇 m가 최고 기록인가.(ID: 택근XX)
“목동구장에서 기록한 135m(6월 14일 KIA전)가 최고인 걸로 알고 있다. 가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비거리가 적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지만 멀리 날아가면 기분이좋은 건 사실이다.”
별명 그리고 SNS
-‘브룸박’에서 최근 ‘목동 본즈’까지 많은 별명들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ID: 꾀돌XX)
“아무래도 넥센에 온 뒤 팬들이 지어준 ‘브룸박’이 가장 마음에 든다. 브룸바(전 히어로즈) 못지않은 성적을 내야 하는데….”
-시즌 중 SNS나 미니홈피 등을 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ID: 넥X)
“시즌 중에는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다. 트위터나 인터넷에는 나에 대해 좋은 얘기도 있지만, 좋지 않은 얘기도 있다. 트위터를 처음 시작하게 된계기도 지난해 동료였던 알드리지와의 대화 때문이었다. 미니홈피는 예전부터 안 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알드리지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팬들이 놀랐다. 영어 실력은 어떤가.(ID: YFXX)
“(손사래를 치며) 영어 못한다. 진짜 짧은 회화였다. 물론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아내에게 뜻을물어보고 배우려고 노력한다. 상황에 따라 쓰는문장들도 함께 배우고 있다.”
야구장 밖 스물여섯 청년
-집에서 인터넷 야구 게임은 하는지. 자신의 캐릭터로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가.(ID: 분유XXX)
“집에서 아내와 게임기로 야구나 축구 게임을한다. 그러나 게임기에 한국 야구는 없어서 내 캐릭터를 이용해 본 적은 없다. 컴퓨터나 스마트폰게임은 하지 않는다.”
-팀 동료인 강정호, 유한준과 같은 아파트, 같은 동(서울 신도림동)에 살고 있다고 하던데. 쉬는 날 이들과 종종 어울리나.(ID: 알쓰XX)
“(유)한준이 형은 가정을 꾸렸고, (강)정호는싱글이다. 셋이 출퇴근도 같이 하고, 밥도 가끔 먹는다. 지하에 있는 슈퍼마켓에 장 보러 갔는데 마주친 적도 있다. 그때는 인사만 하고 각자 장만 본다(웃음).”
-서건창에 대해 LG 시절 눈여겨본 선수라고 했다. 평소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하나.(ID: ㅁ)
“아니다. (서)건창이와는 스프링 캠프에서 룸메이트를 했는데 작년의 내가 생각났다. 넥센에 처음 와서 선후배들이 많이 가르쳐 준 덕에 쉽게 적응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생각했다. 건창이는 같은 LG 출신이라 더 마음이 갔다. 지금 잘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