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7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이 박지성(31)의 이적에 대해 입을 열었다.
퍼거슨 감독은 10일(한국시간)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은 7년 동안 맨유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그가 원하는 만큼의 기회를 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박지성은 9일 런던에서 퀸즈파크레인저스 공식 입단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7시즌 동안 활약했던 맨유를 떠나 새 팀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과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뤼트 판 니스텔로이(은퇴)를 떠나보낼 때 눈 한 번 꿈쩍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박지성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을 표현한 게 이례적이다. 7년 동안 함께 한 애제자 박지성을 향한 감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냉철한 승부사 퍼거슨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는 "박지성은 최고의 프로 선수(The Ultimate Professional)"라고 칭찬을 하며 "맨유의 모든 사람들이 그가 QPR에서도 성공을 거두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7경기(2골) 출전에 그치며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퍼거슨은 늘 "박지성은 팀을 위해 꼭 필요한 선수"라고 말하면서도 지난 시즌만큼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박지성의 맨유 동료이자 절친인 리오 퍼디낸드(34)도 박지성의 이적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퍼디낸드는 공식 홈페이지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매우 좋은 친구였기에 그의 이적이 더 슬프다"며 "QPR과 경기를 하게 되면 그의 호텔방을 찾아가 잠을 못 자게 할 것"이라고 애정 섞인 농담을 던졌다.
이어 그는 "박지성은 환상적인 선수였다. 수년간 맨유 팬과 동료들은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늘 성실했고 어떤 문제도 없었다. 항상 동료를 위해 뛰고 욕심도 없었다"며 "맨유의 성공 시대를 이끈 선수 중 한 명이었다"고 평가했다.
퍼디낸드는 박지성 최고의 경기로 2009-201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AC밀란 전을 꼽았다. 퍼디낸드는 "박지성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던 경기는 안드레아 피를로(이탈리아)를 잘 막았던 AC밀란전이다. 모두가 라커룸에서 박지성이 피를로를 꽁꽁 묶은 이야기를 했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박지성은 선수들에게 인정받았던 훌륭한 선수"라고 덧붙였다.
맨유 홈페이지 메인화면에는 박지성의 하이라이트 동영상이 올라왔다.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해 처음 유니폼을 입었을 때부터 챔피언스리그에서 빅클럽을 상대했던 동영상 등 경기 활약상이 담겨있다. 맨유는 이 영상과 함께 "모든 맨유 팬과 관계자들은 맨유에 큰 획을 그었던 미드필더 박지성을 오래도록 그리워할 것"이라는 설명을 붙여 떠나는 박지성에 대한 아쉬움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