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인영(31)에게 지난 1년은 갚진 시간이었다. 1999년 영화 '댄스댄스'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작품 활동을 쉬며 용인대학교 대학원 연극학과에 입학해 연기 공부를 했다.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연기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연기 이론을 배운 뒤 다시 손에 대본을 쥐었을 때 연기를 대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이 확 달라졌음을 몸소 느꼈다고 한다.
최근 MBC 일일극 '그대 없인 못 살아'에서 '불륜녀'로 주부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황인영은 "대본의 바탕에는 기호학부터 신화까지 모든 게 담겨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캐릭터 분석을 다각도로 했다. 그렇고 그런 똑같은 불륜녀를 표현하고 싶지 않아 지금도 계속 노력중이다. 능동적인 연기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대 없인 못 살아'에서 불륜녀 사가영 역을 맡았다. 이렇게 뻔뻔한 불륜녀는 처음 봤다.
"극중에서 상도(조연우)의 아내(박은혜)에게 '상도는 내 첫 사랑이고, 원래 내 남자였고, 내가 더 오래 알았으니깐 나도 어느 정도 이 남자에 대해 소유권이 있다'고 말하는 대사가 있었다. 이 대사만 봐도 가영이란 캐릭터가 얼마나 뻔뻔한지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불륜녀 캐릭터의 특징은 아내에게 걸릴까봐 안절부절못하는데 가영은 그런 게 없다. 내가 봐도 얄미운 캐릭터다."
-불륜녀는 대표적인 밉상 캐릭터다. 부담스럽지 않았나.
"불륜녀 캐릭터라는 점이 부담스러웠던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캐릭터를 최대한 잘 살릴까에 대한 고민과 부담감이 있었다. 얼마나 걱정을 많이 했는지 몸무게가 저절로 3kg이 빠졌더라."
-파트너 조연우와의 호흡은 어떤가.
"같은 소속사이기도 하고, 예전부터 알던 사이라서 연기 호흡은 좋다. 서로 사랑하는 연기를 하다보니 거의 매일 키스신과 포옹신을 번갈아가면서 찍는데 오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제 그만 좀 안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할 정도로 편한 사이다. 연우 오빠는 사촌 오빠같다.(웃음)"
-연예계 '절친'은 누구인가.
"연기자 추자현과 친하다. 얼마 전에 자현이를 보러 중국에 다녀왔다. 자현이랑 길거리를 돌아다니는데 중국 사람들이 자현이를 알아보고 얼굴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해서 내가 매니저 역할을 해줬다. 자현이의 중국 현지 내 인기를 실감했다."
-최근 1년 정도 쉬면서 대학원에 다녔다고.
"용인대 대학원 연극과 수업을 들었다. 논문 학기만 통과하면 끝이다. 나이 서른 넘어서 뒤늦게 학구열에 불타오르고 있다. 연예계 생활에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학교에 갔다. 1년 반 정도 연기 이론과 고전 등을 배우면서 에너지가 축적된 것 같다. 연극과 뮤지컬처럼 관객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연기를 꼭 하고 싶다."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한 것 같다.
"볼펜 묶음을 사서 공부를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펜이 다 닳았더라. 신화와 기호학을 공부하는 게 특히 재밌다. 갑자기 너무 많은 지식이 들어와서 학기 초반에는 힘들었는데 자꾸 공부를 하다보니 뭔가 내 자신이 꽉 찬 것 같고 만족감도 크다. 요즘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걸 내 스스로 느낀다. 대본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다."
-결혼 계획은.
"집에서 결혼하라고 강요하거나 압박하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 보니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 않는다. 사실 내 별명이 '연예계 신데렐라'다. 자정이 되기 전에 집에 간다. 술을 마시고,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놀러다니는 것 보다는 집에서 독서하고 유화 그리는 걸 좋아한다. 전형적인 '집순이' 스타일이다. 집에만 있는데 언제 연애를 하고 언제 결혼을 하겠나."
-올 하반기 계획은.
"이번달 중순에 프랑스로 출국해 거리극 페스티벌에 참석할 예정이다. 연극 센터들을 탐방하고, 거리극을 관람하는 일정이다.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