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는 팀당 30여 경기가 남은 가운데 각 팀마다 체력이 떨어지며 페이스를 잃는 선수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투수들은 체력 저하에 따른 하체 힘 부족으로 구속이 떨어지고, 투구 밸런스가 무너진 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49) KIA 감독이 젊은 투수들에게 쉼없이 뛸 것을 강조했다.
선 감독은 최근 "올 시즌 무더위가 유독 심하다"며 "덥다고 투수들이 러닝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젊은 투수들은 더울수록 더욱 러닝을 해야한다"고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선 감독은 소속 팀 투수 김진우(29)를 예로 들었다. 그는 "김진우가 올 시즌 재기에 성공한 것은 노력도 있겠지만 타고난 체격이 더 큰 역할을 했다"며 "아직 살이 많이 찐 상태여서 조금만 러닝을 해도 무릎과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더라. 하체운동을 한다고 하지만 살을 빼고 뛰어야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투수들에게 하체는 생명과 같다. 공은 팔로 던지지만 그 힘의 원천은 하체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체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야 좋은 상체의 움직임을 지닐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릴리스 포인트(투수들이 공을 놓는 지점)를 앞으로 당기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투수들은 러닝을 통해 하체를 단련시킨다. 스프링 캠프에서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뛰고 또 뛴다. 반복적인 러닝은 하체 단련뿐만 아니라 부상 방지와 체력 유지 효과도 함께 가져다 준다. 선 감독이 러닝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러닝의 중요성은 베테랑 투수들을 살펴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우리 나이로 마흔인 박찬호(한화)를 비롯해 서재응(KIA) 이용훈(롯데) 정현욱(삼성) 등 각 팀의 고참급 선수들은 팀 내에서 러닝을 많이 하기로 소문나 있다. 국내 투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나이트(넥센)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털어내고 러닝으로 하체를 단련시켜 재기에 성공했다. 반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사도스키(롯데)는 조금만 러닝을 해도 숨이 차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주형광 롯데 투수코치는 "투수들에게 하체의 중요성은 두 말 하면 잔소리"라며 "많이 뛰게 하고 싶지만 시즌 중에는 컨디션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강제하기 어렵다. 선수들이 알아서 뛰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강철 KIA 투수코치 역시 "투수의 생명은 하체이기 때문에 많이 뛸수록 좋다. 뛰는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투수들이 올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원한다면 정답은 '뛰고 또 뛰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