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외야수 전준우는 올 시즌 부진에 빠져 협박 문자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부산의 롯데에서 뛰는 것은 행복한 일” 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 대구의 한 호텔 로비에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하는 전준우. 작은 사진은 롯데 배트걸 신소정 씨 대구=이영목 기자
언제 만나도 '훈남'이다.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꾸밈 없이 말한다. 롯데 외야수 전준우(26) 이야기다. 전준우는 2010년 이후 팀의 중견수로 확실하게 뿌리내렸다. 이후 2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때렸고, 지난해에는 '장타 치는 1번 타자'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듬직한 외모와 실력을 모두 갖춘 '훈남'"이라며 칭찬하기 바빴다. 작은 고비도 있었다.
이번 시즌 타격 부진으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가는 등 마음 고생을 했다. 시련을 겪은 만큼 단단해졌다. 전준우는 "8월 이후 타격감이 점점 살아나고 있다. 이전에는 타석에 섰을 때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이제 안정과 자신감을 찾았다"고 했다. 일간스포츠가 지난달 말 롯데의 대구 원정 숙소에서 전준우를 만났다.
▶184cm·93Kg…가장 덩치큰 1번타자 전준우
-올 시즌 홈 플레이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스윙을 한다. 이유가 있나.(ID:killxxx)
"저 원래 작년에도 떨어져서 쳤어요. 올해 야구를 잘 못하니까 '저거 왜 떨어져 치나' 싶으신가봐요.(웃음) 제가 어깨가 넓은 편이라 스윙 때 팔이 잘 붙어서 나오질 못해요. 팔이 긴 편이라 홈 플레이트에서 좀 떨어져서 치면 팔도 붙어나오고 바깥쪽·안쪽 공을 모두 공략하는 데 좋더라고요. 제 스타일이랍니다."
-대학과 프로 초기에 3루수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중견수로 이동시켰는데 자신의 외야 수비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mauexxxx)
"3루 수비보다는 중견수가 더 나은 것 같아요. 프로에 와서 3루에 있을 때 부담을 느꼈어요. 중견수는 수비 범위가 넓어 체력 소모가 크지만, 3루 보면서 스트레스받는 것 보다 낫더라고요. 어중간한 3루수보다 잘 하는 중견수가 낫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팀에 플러스가 됩니다."
-지난 6월24일 잠실 LG전에서 홈으로 파고들다 포수 헬멧에 얼굴을 부딪쳐 입술 부상을 당했다. 당시 홈 플레이트 뒤에 놓인 헬멧을 보진 못했나.(Humorexxx)
"그 상황에서는 볼 겨를이 없어요. 득점을 위해 무조건 돌진하는 편이에요. 사실 이전에는 '살살' 한 적도 있죠. 하지만 로이스터 전 감독님이 '노 피어(No fear)'를 외치신 이후 늘 경기에서는 공격적으로 주루 플레이를 합니다. 앞으로는 요령을 좀 발휘해서 돌진할게요."
-1군 데뷔 첫 타석(2008년 9월2일 사직 LG전)에서 2루타와 타점을 기록했다. 당시 안타 친 공과 방망이는 보관하고 있나.(bosaxx)
"공은 갖고 있는데, 방망이는 그 경기에서 부러뜨렸어요. 당시 0-3으로 지고 있었고, 투수가 봉중근 선배였어요. 늘 상동구장에서 있다가 첫 1군 무대라서 그런지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여긴 뭘까' 싶었죠.(웃음) 떨지는 않았지만 긴장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납니다. 사실 저도 너무 잘 쳐서 놀랐어요.(웃음)"
-8개 구단 중 가장 무거운 1번타자인 것 같다. 큰 덩치에도 발이 빠르다. 1번 타자로서 자신의 장점은.(topxxxx)
"올해는 장점이 없는데….(웃음) 작년에는 홈런을 많이 쳤고 2루타도 1위를 했어요. 장타가 장점이었어요. 포스트시즌에서는 3번 타자를 맡기도 했다니까요. 제가 많이 살아나가야 득점도 하고, 팀도 이기니까요. 타점을 만들어가는 역할도 중요해요."
-‘끝판왕’ 삼성 마무리 오승환에게 강한 이미지다. 오승환을 상대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무념xx)
"올해 딱 두 번 만났는걸요. 특별한 노하우는 없는데 저는 변화구와 돌직구 중 선택하라고 하면 직구가 치기에 더 편해요. 힘 대 힘으로 맞서는 것도 자신있고요."
"올해는 20홈런-20도루 불가능해요. 이전에는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게 목표였어요. 올해 팬 여러분 기대를 채우지 못해서 혹시 언짢아하시는 건 아닐까요. 그리고 응원가는 김주찬 형이 쓰던 걸 재탕하고 있어요. 팬들이 알아주시고 불러주시는데 일부러 바꿀 생각은 없어요."
-부진했을 때 ‘자진해서 2군 가라’면서 가족을 협박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들었다. 열성 팬이 많은 롯데에서 뛰는 장단점은.(jklxxxx)
"천당과 지옥을 오가요. 잘 하면 최고의 스타가 되지만, 못하면 다른 팀 선수처럼 야단치세요. 야구선수라면 부산의 롯데에서 뛸 만하다고 생각해요. 어디서나 알아봐 주시고요. 제가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죠."
-장인이 김바위 SK 전력분석원이다. 혹시 장인어른이 자신의 약점에 대해 지적해준 적은 없나.(거인2012xx)
"아내도 그렇고 장인어른도 야구 이야기를 잘 안하세요. 경기장에서 힘든 걸 아시니까, 그냥 힘내라고 하시면서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주십니다. 야구 가족의 지원을 받아 든든합니다."
▶떡 벌어진 어깨의 소유자
-롯데 선수들 중에서도 유독 상체가 눈에 띈다. 남자들도 부러워할 만한 몸매인데, 자신의 몸(특히 어깨)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행님이xx)
"제 몸매가 좋은가요? 결혼 때 양복을 맞추는 데 '어깨와 허벅지가 넓고 두껍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동안 예복 맞추며 이런 몸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모델 몸매는 아니고, 그냥 운동을 열심히 해서 역삼각형이 두드러졌다고 봅니다."
-롯데 배트걸 신소정씨가 이상형으로 전준우를 꼽았다. 부인의 반응은 어땠나.(hadxxx)
"아내는 그냥 '귀엽더라'고 말하던대요. 신소정씨가 저를 응원해줘서 고맙죠. 일 열심히 하시고 성격이 밝으셔서 보기 좋더라고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팬의 일부죠. 그나저나 요즘 제가 야구를 잘 못해서 아직도 저를 응원하시는지는 모르겠어요. 김주찬 형이나 손아섭으로 갈아타신 건 아닐까요?"
-고구마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타석에서 땅을 열심히 파서 생겼다는 소리도 있고 얼굴이 길어서 붙은 별명이라는 얘기도 있다.(cutexxxx)
"대학 때 은사님이 지어주신 별명인데요. 가만 보면 얼굴이 약간 길고, 까무잡잡해서 그렇게 붙이신 것 같아요. 타석에서는 자세를 안정적으로 잡기 위해 자꾸 땅을 파는 거에요. 고구마가 뿌리를 내리는 것 같다고요?(웃음) 다 야구 잘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트위터에 유독 먹는 이야기가 많다. 야식도 꼭 챙겨먹는다고 들었다. 가장 많이 먹어본 기억을 알고 싶다.(nopexx)
"제가 대식가로 소문이 났나 봐요. 외모 때문에 그런가요? 저 의외로 소식해요. 대신 조금씩 자주 먹죠. 밥도 한 공기 이상을 넘기지 않아요. 크림 스파게티도 잘 먹는 편이데 그것도 한 접시 이상은 입에 대지 않는 편입니다."
-딸이 태어날 예정이라던데…. 딸에게 한 마디.(naulxxxx)
"'뿅뿅이'가 태명입니다. 딸아~. 일단 여자니까 예뻐야 하고.(웃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아빠는 우리 딸이 하고 싶은 일을 늘 응원하고 지원할게. 아빠보다는 엄마의 현명함을 닮았으면 좋겠다."
-두 살 연상인 부인 김미경씨와 대학 때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고 들었다. 6년 연애를 했다던데 부인의 첫 인상은 어땠나.(jamxxx)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어요. 호감을 갖고 사귀면서 점점 매력에 빠져들었죠. 매력요? 쑥스러운데…. 지혜롭고 청순한 매력이 있어요."
-결혼하고 나서 성적이 기대 만큼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팬들이 많다. 이런 주변 반응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92xxx)
"정말 속상해요. 사실 결혼을 안했더라도 저는 올해 부진했을 겁니다. 아무리 신경 쓰지 않으려고해도, 자꾸 들려오니까요. 아내는 저와 달리 담이 커요. 제가 성적 때문에 침울해하면 '언제부터 야구 잘했느냐. 내일 잘하면 된다'고 조언해줘요.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