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26)가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얼굴은 토종 한국 사람처럼 순하게 생겼는데 몸매는 모델급이다"고 치켜세우자 연방 식은 땀을 닦는다.
중견수들은 날씬하고 날렵한 몸매를 가진 경우가 많다. 외야수 중에서도 수비 범위가 넓기 때문. 같은 중견수인 이대형(LG)-장기영(넥센)-이용규(KIA)-이종욱(두산)이 대표적이다.
전준우는 다르다. 키 184cm, 몸무게 93kg로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다. 떡 벌어진 어깨와 역삼각형 체형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복을 입으면 운동선수인지 전문 모델인지 헛갈릴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가장 잡아끄는 부위는 유난히 굵은 허벅지다. 26.5인치(67.31cm)로 웬만한 여자의 허리 사이즈보다 두껍다. 양승호 롯데 감독이 "전준우는 외모가 듬직하게 생겼다. 우리 팀에서 '아주머니 팬'이 가장 많은 선수답다"고 칭찬할 만했다.
턱시도를 맞출 때부터 알아봤다. 전준우는 "지난해 12월에 결혼을 위해 턱시도를 맞췄다. 의상실에서 허리와 어깨, 허벅지 치수를 재더니 '옷가게를 차린 이후 이런 몸을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특히 어깨 사이즈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인 모델보다 조금 더 크다"며 멋쩍게 웃었다.
보기만 좋은 게 아니다. 야구에도 도움이 된다. 박계원 롯데 수비코치는 "중견수라고 해서 꼭 날씬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순발력이다. 전준우는 2009년까지 내야 수비를 봤을 정도로 타고난 민첩성을 가진 선수다"라고 말했다. 타격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다. 전준우는 2010년부터 두 시즌 동안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루타를 38개나 치며 부문 1위에 올랐다. 박 코치는 "몸집이 큰 만큼 파워가 있다. 송구는 물론 장타를 때릴 수 있는 이유다. 단점을 장점으로 살린 케이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