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우리는 몽고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대한산악연맹 주최·코오롱스포츠 후원) 몽골 팀은 서병란 대장님을 필두로 11명의 대원으로 꾸려졌다. 우리는 칭기즈 칸의 숨결이 살아 있는 몽골 서북부 알타이산맥에 도전장을 냈다.
이튿날, 우리는 울란바토르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해 바얀울기 아이막에 도착했다. 외지의 눈에는 작은 마을에 불과했지만, 알고 보니 우리의 ‘도’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의 수도로서 몇 가지 생필품을 구할 수 있었다. 식량을 위해 방문한 전통시장은 우리의 5일장을 닮았다. 거리엔 과일을 비롯해 중국에서 들어온 공산품 등이 즐비했다. 식량을 마련한 뒤, 우리는 첫 산행지인 참바가라브(4165m) 공원으로 향했다. 몽골 초원의 황톳길은 황량했다. 비포장도로를 장시간 달려야만 하는 여정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희뿌연 흙먼지가 이는 창밖으로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번개 맞은 참바가라브 산행
참바가라브는 예상대로 쉽지 않은 과제였다. 산행이 시작된 첫날, 그 동안 쨍한 볕은 사라지고 하얀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다들 침묵 속에 상기된 표정으로 정상을 향했다.3900m 쯤 되었을까? 대원들이 작은 고소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사진 촬영을 위해 안자일렌(2명 이상의 등반자가 로프로 서로의 몸을 묶는 행위)을 풀고 대열 밖으로 나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고소 증세가 특히 심했다.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우리는 정상을 뒤로 하고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하산 길도 쉽지 않았다. 검은 구름을 가득 머금은 하늘은 마른번개를 내리치며 우리를 압박했다. 불안해하며 조심스레 하산을 재촉하는데, 이번에는 작은 우박이 비 오듯 쏟아져 시야마저 가렸다. 마침 우리의 앞길에 번개가 내리쳤다. 이 번개로 우리 중 몇 명은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강한 전기를 느끼기도 했다. 일부는 구토를 하고, 몽골 현지 대원은 한 시간 가량 코피를 쏟기도 했다. 어찌 하산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혼비백산한 채로 하산했다.
몽고 3개 봉우리 등정
두 번째 산행 대상지는 ‘다섯 개의 봉우리’ 또는 ‘5인의 성자’라는 뜻을 가진 타반보그(Tavan bogd)국립공원 내에 있었다. 우리는 그 중 말칭봉(4025m)과 후이뚱봉(4370m)에 올랐다. 말칭의 등반 루트는 크게 2개가 있다. 바위와 돌로 이뤄진 너덜 지대와 눈으로 덮인 설사면이다. 특히 설사면 구간은 몽골, 중국, 카자흐스탄 세 국가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충분한 고소 적응 훈련을 마친 후, 우리는 비교적 순탄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세 나라의 산하를 모두 볼 수 있는 정상의 경관은 대단했다.
말칭봉에서 자신감을 얻은 우리는 몽골에서 가장 높은 산, 후이뚱으로 향했다. 후이뚱으로 향하는 길은 에메랄드빛을 발하는 포타니 빙하를 건너가야만 했다.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크레바스에 대한 두려움보다 빙하의 아름다움에 취해 걸었다. 캠프의 목적지인 허넉톨고이로 향하는 길, 갑자기 기상이 나빠져 도중에 야영을 해야만 했다. 주위는 얼음 밭, 빙하였다. 차가운 물이 흐르고, 갈라진 얼음 틈은 아득하기 그지없었다.
이튿날 오전 5시 기상, 신속하게 움직였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설사면을 따라 나아갔다. 주변은 온통 눈뿐이었지만, 한낮의 햇볕은 강렬했다. 눈에서 반사되는 복사열 또한 따가울 정도였다. 그럴 때마다 눈을 한 주먹씩 집어먹었지만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 급기야 남자대원 중 일부는 상의를 벗고, 눈밭에서 뒹굴기도 했다. 모두가 지쳐 있는 가운데, 이런 퍼포먼스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드디어 후이뚱 정상에 발을 내디뎠다. 애초 계획한대로 우리는 몽골의 산을 3개나 오른 것이다. ‘일거삼득’, 뿌듯한 감동을 안고 우리는 한국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