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응원 문화는 미국과 일본이 관심을 보일 정도로 독특하다. 팬들은 합창하듯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를 응원한다. 구단마다 구호가 다르고, 선수별 응원가가 유행한다. 외국인 야구 팬들도 창의적이고 조직적인 한국 응원문화에 동참한다. 많은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의 응원문화가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올해 프로야구는 사상 첫 700만 관중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해외파 선수들의 복귀, 치열한 순위 싸움도 중요한 이유겠지만 응원 자체를 즐기는 팬들이 많아져서다. 일간스포츠가 프로야구 흥행을 주도하는 8개 구단 응원단장을 만났다. 김용일(삼성) 박홍구(SK) 조지훈(롯데) 김주일(KIA) 오종학(두산) 서한국(넥센) 오명섭(LG) 홍창화(한화) 씨로부터 응원의 매력에 대해 들었다.
내가 꼽은 최고의 응원가
저마다 애착이 가는 응원가가 있었다. 김용일 단장은 팀의 4번타자 최형우의 응원가를 꼽았다. 그는 "최형우 응원가인 김원준의 '쇼'를 선택했다. (방출 후 재입단의) 우여곡절을 겪은 최형우의 스토리가 가사와 닮은 것 같다"고 했다. 조지훈 단장은 주전 포수 강민호를 선택했다. "팬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고, 관중의 호응이 너무 뜨겁다"고 설명했다.
오종학 단장은 "이종욱의 응원가는 트랜스픽션의 '라디오'라는 노래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고 구단 반응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밀어붙였고 지금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김주일 단장은 "최희섭의 '스모크 온 더 워터'다. 잠실구장에 가는 길에 이 노래를 듣고 '아, 이거다'라는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 밖에 오명섭 단장은 오랫동안 사랑받은 '큰' 이병규의 응원가를, 홍창화 단장은 지금은 선수단에 없는 전근표의 '섹시가이(원곡 러브포션 No.9)'를 애착이 가는 응원가로 꼽았다. 박홍구 단장은 최윤석의 응원가로 쓰이고 있는 터보의 '굿바이 예스터데이'를 선택했다.
"응답하라. 팬들이여"
응원단장이라고 해도 최소 수천 명, 최대 2~3만명의 팬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응원 팀이 지고 있을 때 응원을 유도하기 어렵다. 지정좌석제가 정착되면서 경기 초 빈좌석이 많은 점, 경기 막판엔 술에 취한 관중이 응원을 방해하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노하우는 물론 있다. 오종학 단장은 "감정에 호소한다.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베어스를 사랑하고 믿으시잖아요. 끝까지 이름을 외치고 박수를 쳐주세요'라고 부탁한다"고 비결을 밝혔다.
조지훈 단장은 "경기 시작부터 강하게 소리친다. 처음부터 달아오르면 호응이 오래간다"고 귀띔했다. 서한국 단장은 "내가 많이 망가지고, 재미있게 해드린다. 그래야 박수라도 한 번 더 쳐주신다"고 설명했다.
상대팀, 이것만큼 부럽다!
가끔 상대 팀 응원이 부러울 때도 있다. 특히 롯데 응원은 동경의 대상이다. 김주일 단장과 오종학 단장은 각각 강민호와 조성환의 응원가를 듣고 무릎을 탁 쳤다고 한다. 서한국 단장은 "홍성흔과 전준우의 응원가가 좋더라. '부산 갈매기' 같은 지역색이 있는 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용일 단장과 박홍구 단장은 "롯데와 LG의 응원가가 좋다"고 밝혔다.
한화와 KIA도 한 표씩 받았다. 홍창화 단장은 "KIA 응원과 응원가를 보면 감탄이 나온다. (김)주일이 형은 음악 욕심이 많아서 타자마다 응원가가 두세 개씩 있다"며 부러워했다. 오명섭 단장은 "한화는 성적이 좋지 않아도 팬들의 목소리가 항상 크게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롯데는 어느 팀 응원이 부러울까. 조지훈 단장은 "두산의 막대풍선 응원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대풍선을 이용해 일사불란하게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팬들의 목소리에 많이 의지한다"고 밝혔다.
치어리더와 사귄다고요?
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응원단장도 스타가 됐다. '훈남'으로 소문난 오종학 단장은 개인 팬카페가 있을 정도이며, 조지훈 단장은 선수들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해도 많이 받는다. 김용일 단장과 김주일 단장은 "치어리더들과 함께 하다 보니 '사귀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또 치어리더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도 많다. 그러나 절대 해주지 않는다"며 웃었다. 오명섭 단장은 "구단 홈페이지에 나와 관련해 사실이 아닌 글들이 올라올 때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항상 웃는 얼굴을 해야하는 것도 고충이라고 전했다. 서한국 단장은 "팬들은 우리가 항상 기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신다. 그러나 우리도 같은 사람이라 몸이 좋지 않은 날이 있을 때 있다. 이런 부분을 이해를 못해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밝혔다.
나에게 있어 '야구'란?
조지훈 단장은 "야구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단상에서 응원을 이끄는 모습은 상상에서나 있던 일이었다. 그러나 내게 현실이 됐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야구"라고 말했다. 박홍구 단장은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김주일 단장과 서한국 단장은 야구를 두고 "내가 있는 이유이고, 내 삶의 모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종학 단장은 "심장이다. 야구가 없더면 내 심장도 뛰지 않을 것"이라며 야구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