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릿 시스템 진입과 함께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에 '부상주의보'가 발령됐다. 우승권에 있는 팀도, 강등 탈출 전쟁을 벌이는 팀도 부상 선수 발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주말을 기해 열린 K-리그 32라운드를 전후해 두 명의 스타가 주저앉았다. 20일에는 경찰청 입단테스트를 받던 울산 현대의 중앙 수비수 이재성(24)이 허벅지 근육 파열로 쓰러졌다. 19일 열린 알 힐랄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홈경기 후 이튿날 무리하게 테스트장를 받은 것이 화를 불렀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경기 출전으로 지쳐 있는 선수에게 무리하게 테스트를 강요해 부상을 유발했다. 자기들이 쓸 선수라면서 최소한의 보호도 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경찰청에 대해 분노했다. 이재성은 시즌 아웃 판정을 받고 일찌감치 재활에 돌입했다.
수원 삼성도 23일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핵심 미드필더 이용래를 잃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후 4분 만에 제주 미드필더 오승범의 태클에 오른 발목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중상을 당했다. 부상 직후 곧장 병원으로 후송된 이용래는 수술 후 6~8주 가량 재활에 전념해야 할 처지다. 이재성과 마찬가지로 시즌 아웃이다. 오장은, 에벨톤C 등 허리 자원들의 줄부상으로 고심 중인 수원에 이용래의 공백은 심각한 타격이다.
제주 또한 핵심 선수의 부상으로 인해 울상이다. 지난달 초 공격핵 산토스가 왼쪽 무릎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13골 9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공격포인트 1위를 질주 중이던 산토스의 공백은 곧장 팀 성적 저하로 나타났다. 산토스 부상을 즈음해 시작한 무승의 늪이 어느덧 10경기(4무6패)까지 확장됐다. 수원전에서 1-2로 패해 10번째 무승을 기록한 직후 박경훈 제주 감독은 "나도 선수들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침체가 지속되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조급해진다"는 말로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올 시즌엔 스플릿 시스템 도입으로 인해 한층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각 구단들의 목표가 '우승 도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 '강등권 탈출' 등으로 매우 구체적이다. 한 경기도 버릴 경기가 없이 매 경기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나 수원과 울산은 우승을, 제주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를 위해 막판 스퍼트를 준비 중이던 상황이라 주축 선수의 부상이 더욱 아쉽다. 앞서 소개한 세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던 인물들이다.
주축 선수의 부상은 자신만의 악재가 아니다. 팀 안팎에 여러가지 악영향을 끼친다. 한 두 경기를 쉰 뒤 복귀하는 경고누적과 달리 소속팀 라인업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감독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정규리그 서른 경기를 치른 뒤 맞이한 스플릿 시스템은 한 시즌의 피로가 누적된 시점에 열리는 데다 경기 자체의 중요도도 매우 높아 선수들의 부상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면서 "구단마다 주어진 목표를 이루려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 못지 않게 주축 선수들을 부상으로부터 지켜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