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민프로축구단(이하 안양 FC) 창단을 위해 노력 중인 안양 FC 시민연대(대표 곽균열)가 추석 연휴 기간 중 지구 반대편 캐나다 밴쿠버로 날아갔다. 북미프로축구리그(MLS) 소속 클럽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활약 중인 '안양 토박이' 이영표(35)를 만나기 위해서다.
허익한 안양 FC 시민연대 총무는 이역만리 밴쿠버에서 추석 연휴를 보내기로 하고 지난달 28일 북미행 비행기에 올랐다. 갑작스런 결정인 데다 연휴라 비행기 티켓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180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과감히 사비를 털었다. 이유는 단 하나, 안양 시민구단 창단과 관련해 이영표의 지지와 격려 의사를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안양중과 안양공고를 나와 한국축구의 별로 성장한 '안양의 아들' 이영표가 내놓는 응원의 한마디가 창단 과정에 적지 않은 힘이 되리라는 판단이 있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밴쿠버에 도착한 허 총무는 하루 뒤 시내의 한 식당에서 이영표와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약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식사 자리에서 이영표는 안양 FC 창단과 관련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안양시와 시민연대의 창단 노력에 대해 조언과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축구를 통해 함께 즐기는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안양에 프로축구단이 다시 생긴다면 시민들의 자랑이자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덕담했다. 허 총무가 미리 준비해 간 화이트캡스 유니폼에는 사인과 함께 '안양 FC 창단을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허 총무의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밴쿠버에 머무는 동안 화이트캡스의 서포팅 문화와 구단 운영 방식도 꼼꼼히 살폈다. 안양 FC가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을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화이트캡스 서포터스 '사우스사이더스(Southsiders)'와 함께 밴쿠버의 경기를 관전하며 북미 대륙의 응원문화를 체득하는 한편,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밥 레즈나르두치 화이트캡스 회장을 만나 경영 전략과 지역 마케팅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구단 창단 및 운영의 바람직한 방식에 대한 조언도 구했다.
허 총무는 1일 일간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갑작스럽게 진행한 일정이라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면서도 "안양 프로축구단 창단에 대한 이영표 선수의 기대감을 확인한 뒤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MLS 클럽 운영 방식 중 안양이 받아들일 만한 요소를 여러가지 발견할 수 있어서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안양 FC 창단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무한도전을 계속할 것"이라 덧붙였다.
안양시의회는 4일 열리는 제 191차 임시회를 통해 안양 FC 창단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내 창단을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도전 기회라는 점에서 시 관계자 뿐만 아니라 축구계 인사들도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안양시는 앞서 향후 5년 간 프로축구단에 대한 시 지원금을 최대 15억 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상정한 바 있다. 창단 첫 해 창단 준비금 3억 원과 지원금 15억 원을 지급하되, 2~3년차에는 지원금을 10억 원으로, 4~5년차에는 5억 원으로 줄여 구단 자립도를 높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진1-허익한 안양 FC 시민연대 총무가 지난달 30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이영표와 만나 안양 FC 창단 기원 티셔츠를 함께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제공=허익한 사진2-밴쿠버 시내 펍에서 화이트캡스 서포터스 '사우스사이더스' 회원들과 만난 허 총무(가운데)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허익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