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33)은 그라운드 위에서 인정받는 프로 11년차 베테랑이지만,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선수다. 그래서 일까, 그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죽기보다 싫다. 항상 무언가를 고민하고 바꿔나가는 것이 익숙하다”고 말한다.
박용택은 5일까지 올 시즌 126경기 출장해 11홈런 76타점 0.305(495타수151안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팀 내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4번 타자 정성훈 다음으로 높은 타율이다. 특히 올해 유독 타이틀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LG에서 최다안타부문 2위(151안타)와 득점 부문 4위(82득점)에 이름을 올리며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용택은 "시간이 지날수록 타이틀 욕심은 생기지 않는다. 내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가능한 높은 목표치를 두고 시즌에 임했었는데, 년차가 오래되다 보니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게 됐다. 이제는 현실이 중요한 나이가 됐다"고 말했다.
박용택이 말한 현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도전과 변화다. 그는 프로 입단 당시부터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을 무기로 팀 타선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2008년에 부상으로 부진에 빠지면서 타계책으로 2009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을 대폭 수정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즌 초부터 엄청난 페이스로 안타를 생산해내더니 0.372이라는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그해 타격왕 자리에 올랐다. 2010년에도 3할 타율을 기록한 그는 2011시즌에 들어 몸무게를 98kg까지 늘리고 팀 내 4번 타자로의 변화를 시도해 15홈런 64타점 0.302의 타율을 기록 했지만 스스로 만족하지는 못했다. 그러면서 박용택은 올 시즌을 앞두고 늘렸던 몸무게를 대폭 줄였다. 이번엔 장타력을 갖춘 톱타자로의 변신을 꾀하기 위함이었다. 톱타자 박용택은 시즌 초 LG의 돌풍을 이끌었다. 올 시즌 1번 출장시 0.320(125타수40안타)의 타율을 올리며 시즌 타율보다 높은 수를 기록했다. 특히 올 시즌 30번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역대 12번째 250도루 기록을 달성했다.
김기태(43) LG 감독은 박용택을 두고 “타격 조언을 하기 어려운 선수”라고 말한다. 김 감독은 "용택이는 타격 조언을 해주기 어려운 타자다. 항상 자기고민이 많아 작은 얘기도 쉽게 넘기는 법 없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자기가 만족해야 고민을 멈추는 스타일"이라면서 "저번에 한참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에는 원정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배트를 잡고 연습하더라. 오죽하면 내가 ‘용택아 그만하고 좀 쉬어라’라고 말릴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박용택은 공격에서 기복을 보일 때 어김없이 자신의 타격폼에 대해 고민하고, 필요에 의해 시즌 중간에라도 폼을 수정하는 과감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타격폼이다. 타격시 오른 어깨의 움직임이 적고 공을 몸에 받쳐놓고 친다는 느낌이 든다. 스윙시 왼쪽 팔이 몸에 붙어 나오면서 파워가 강하게 실리는 것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이유다. 특히 스탠스의 변화를 눈여겨 볼 만한데, 변화구 위주의 투수를 상대 할때는 스탠스를 넓혀 효과적인 공략을 가능케한다. 박용택은 "좀 안 맞다 싶으면 ‘이럴 때도 있구나 좀 있으면 낫겠다’라고 넘길 줄 알아야하는데 그러지를 못한다. 주변에서 동료들이 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도 때론 이런 내가 피곤하긴 하다"고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내년에도 뭔가 또 다른 박용택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말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