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민들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 2003년 이후 10년 만에 안양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단이 탄생한다.
안양시의회(의장 박현배)는 10일 안양시 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193회 임시회를 통해 안양시민프로축구단(이하 안양 FC) 창단 및 지원 조례안을 승인했다. 표결 결과 총 21명의 재적 시의원 중 12명(9명 반대)이 찬성표를 던져 과반수를 넘겼고, 창단이 확정됐다. 조례안 가결에 따라 시는 프로축구단을 창단해 내년 15억원 등 4년간 4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시는 재단 설립과 감독, 선수 선발 등을 마치고 내년 2부 리그에 출전할 계획이다. 안양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단이 등장하는 건 FC 서울의 전신인 안양 LG가 서울로 연고를 이전하기 직전인 2003년 이후 10년 만이다.
2전 3기의 승리였다. 안양시(시장 최대호)는 그간 안양 FC 시민연대(대표 곽균열), 안양 FC 서포터스 연합 등 시민단체들과 손잡고 프로축구 2부리그 클럽 창단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시의회 다수파의 반대에 부딪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안양시가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의회에 제출한 창단 조례안은 '세금이 낭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잇달아 반려됐다. 이번은 세 번째 도전이자, 일정상 연내에 팀 창단 작업을 완료하기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였다.
안양 FC 창단을 성사시키기 위해 안양시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향후 5년 간 프로축구단에 대한 시 지원금을 최대 15억 원으로 제한키로 했다. 창단 첫 해 창단 준비금 3억 원과 지원금 15억 원을 지급하되, 2~3년차에는 지원금을 10억 원으로, 4~5년차에는 5억 원으로 각각 줄이는 내용이 골자다. '혈세 낭비' 논란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아울러 안양시 축구협회(회장 이재학)와 안양시 생활체육 축구연합회(회장 박형순) 등 시 축구 관계자들도 안양 FC 창단 지지의사를 밝히며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이런 노력들이 시의회의 마음을 움직였다.
안양 FC는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얻어 프로축구 2부리그에 참가하는 첫 번째 신생팀이 됐다. 안양에 앞서 프로팀 창단을 선언한 구미시의 경우 시의회와 지역 시민단체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4일 창단 유보를 결정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나 안양의 경우 안양 LG의 갑작스런 연고 이전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축구 불모지로 전락하고, 10년의 준비를 거쳐 다시 프로팀을 창단하는 등 흥미로운 '스토리'를 갖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축구 관계자들은 안양의 프로축구팀 창단 소식이 부천, 안산 등 창단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주변 도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안양시는 조만간 프로축구단 창단을 준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이달 중으로 재단법인 안양시민프로축구단(가칭)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후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 구성에 들어간다. 창단식은 팀의 골격이 어느 정도 갖춰지는 12월 초순 경으로 예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