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내야수 문규현(29)은 지난해 '문대호'라는 별명을 얻었다. 시즌 중반까지 부진했던 그가 7월 들어 갑자기 불방망이를 휘두르자 팬들이 "이대호처럼 잘 친다"며 붙여준 별명이다. 문규현은 풀타임 첫 시즌인 지난해 125경기에서 타율 0.242·39타점·2홈런을 기록하며 하위타선에서 제 몫을 다했다.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그는 전지훈련을 착실히 소화하며 올 시즌 활약을 기대케 했다.
출발은 좋았다. 문규현은 4월 한 달간 타율 0.265(49타수 13안타)를 기록했고, 타점은 6개 쓸어 담았다. 그러나 4월28일 사직 LG전에서 2루로 슬라이딩하는 김일경과의 충돌로 그의 올 시즌은 꼬이기 시작했다. 왼무릎 부상을 당한 문규현은 좋았던 타격 밸런스를 잃고 말았다. 무릎 부상을 털고 다시 좋아질 무렵에는 가래톳과 늑골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8월에는 허리와 옆구리에도 부상을 당했다. 문규현은 올 시즌 종합병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잔부상과 씨름했고,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여름이 아쉽게 지나가고, 문규현은 가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포스트시즌에 맞춰 몸 상태를 만들어온 그는 9월 중반 마침내 모든 부상을 털어냈다. 그리고 데뷔 후 처음으로 고향(전북 군산)에서 명절을 맞이한 문규현은 10월2일 군산 KIA전에서 2안타를 때려내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에 힘을 보탰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문규현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펄펄 날았다. 2경기에서 9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타율 0.571·2타점을 기록했다. 양 팀 통틀어 타율 1위·타점은 공동 2위다. 여기에 물 샐 틈 없는 수비도 펼쳐보였다. 그는 "나는 공격형 선수가 아니다"라며 "수비로 팀에 보탬이 되야 한다. 남은 경기에서 수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다짐했다.
- 1~2차전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수비는 평소처럼 집중력 있게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1차전에서 내야 수비가 흔들릴 때는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하지만 위기를 잘 넘겨 승리할 수 있었다."
- 선구안이 좋아진 모습인데.
"공을 끝까지 기다리라는 벤치의 주문이 있었다. 그러면서 공을 많이 보게 됐고, 나쁜 공을 가리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공에 속지 않은 것이 주효했다. 큰 스윙보다는 가볍게 맞히자는 생각으로 방망이를 돌렸다."
- 올 시즌 내내 부상과 씨름했다.
"몸 관리를 못한 건 선수 탓이다. 수비에 지장을 줄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지만, 한 번 무너진 타격 밸런스를 찾기는 정말 힘들었다. 기대에 못미친 시즌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그 부진을 만회하고 싶다."
-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을 남겨뒀는데.
"선수들 모두 11일 경기가 3차전이 아닌 1차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반드시 승리해 꼭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