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프로야구 준PO 1차전 7회말 1사 2루 롯데 강민호 포수가 두산 오재원 안타때 홈으로 송구된 볼을 잡으려다 얼굴에 맞아 부상당하고 있다. 잠실=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안방 마님의 눈을 지켜라.'
롯데가 입원 중인 주전 포수 강민호(27)의 빠른 회복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양승호(52) 롯데 감독은 지난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강민호가 이틀 동안은 눈동자를 절대 움직이면 안된다"면서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TV로 야구를 보는 것도 금지시켰다. 공을 따라 다니다보면 눈동자를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이어 "3일 정도 쉬면 붓기가 빠지고 괜찮아진다고 한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호는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수비 도중 자신의 앞에서 튀어오른 홈 송구에 눈을 맞았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한 강민호는 10일 부산에 위치한 한 안과 전문병원에서 추가 진료를 받았다. 검사 결과 강민호의 각막 후면에 부종이 발견됐고, 운동을 하면 안압이 상승해 실핏줄이 터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롯데는 강민호가 더 이상 운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곧바로 해운대의 한 병원에 입원시켰다.
문제는 강민호의 성격. 평소 쾌활하고 활동적인 그에게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게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이에 롯데 이진오 수석트레이너는 담당 의사와 상의한 끝에 강민호의 눈을 아예 막는 방법을 택했다. 이 트레이너는 "강민호가 밥 먹을 때와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고는 두 눈에 항상 안대를 착용한다"며 "처음에는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거부하더라. 하지만 빨리 회복해 팀에 합류하는 게 우선이라고 하자 순순히 따라왔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 감독의 말처럼 TV 시청 금지는 물론 휴대전화까지 압수했다. 하나 더. 부산에서 강민호의 인기는 여느 아이돌 못지 않게 높다. 비록 병원에 있지만 강민호를 발견한 팬들이 그를 가만히 놔둘 리 없다. 이 트레이너는 "강민호의 병실 출입문에 걸린 이름표를 아예 떼어놨다"며 "담당 의사는 물론 주사를 놓는 간호사도 한 명만 배치했다. 빨리 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많이 답답하겠지만 참고 버텨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롯데는 3차전에서 타선의 집중력 부족을 보이며 2-7로 패했다. 테이블 세터인 김주찬과 조성환이 4안타를 합작했지만 중심타선에서 해결해주지 못했다. '한 방' 능력을 보유한 강민호의 공백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12일 오전에 강민호의 눈 상태를 다시 확인한다"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하면 코칭스태프가 4차전 투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상태가 아니면 경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