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피아와 '신예' 로맨틱펀치가 록밴드의 자존심을 걸고 외나무다리 단판 승부를 펼친다.
5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탑밴드' 시즌2. 총 653팀의 록밴드가 참가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열전이 펼쳐졌다. 한국 록음악의 대들보 피아가 참가 신청서를 낸 것을 시작으로 몽니·칵스·내귀의도청장치·트랜스픽션 유명 록그룹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5%대 미만의 낮은 시청률 속에서도 록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스타도 발굴했다. 장미여관·해리빅버튼 등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160일간의 뜨거웠던 열전은 13일 모두 마무리된다. 대한민국의 '탑밴드'를 놓고 벌이는 혈전. 최종 우승팀은 피아일까. 로맨틱펀치일까. 결승전 연습에 한창인 피아의 베이시스트 김기범과 로맨틱펀치의 보컬 배인혁에게 마지막 무대를 향하는 출사표를 들었다.
▶피아 베이시스트 김기범
-결승전에 올랐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올라왔다. 사실 피아 정도면 당연히 결승에 진출해야 된다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경쟁 밴드들이 쟁쟁했다. 매순간이 위기였던 것 같다. 우리가 잘해도 대중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힘겹고 억울한 면이 있었다."
-특히 4강전 무대에서는 혹평도 들었다.
"컴퓨터랑 연동하는 파트가 있었는데 컴퓨터가 고장나서 준비한 것의 60% 정도 밖에 못 보여줬다. 이왕 나왔으면 멋있는 모습은 보여주고 탈락하고 싶었는데 '해보고 싶은 것도 못하고 이렇게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사위원 평가에서도 꼴찌를 해서 떨어질 줄 알았는데 1등으로 붙었다. 소위 '팬빨'로 이긴 것 같아서 찜찜했는데 나중에 방송을 보니 다른 팀에 비해 또 그렇게 못한 것도 아니더라."
-우승은 자신있나.
"당연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젠 피아가 헤비한 음악을 하는 팀들의 상징이 됐다. 어깨가 무거운 만큼 자존심을 걸겠다. 절대 져서는 안 되는 게임이다. 로맨틱펀치는 이제 막 시작한 그룹이지만 우린 10년 이상 됐다. 꼭 우승해서 우리에게 걸었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전체적으로 파워가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중이 그렇게 들었다면 그게 맞다. 사실 지금 우리가 무대에서 부르는 곡들은 20대에 만든 곡이 많다. 당시에는 한계를 넘어가면서 녹음을 하곤 해서 그런 곡들을 지금 소화하면 힘이 모자라는 감도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결승전은 다를 것이다."
-'탑밴드'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방송에 출연하지 않으면 활동을 쉰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에게 피아의 존재를 다시 알린 것. 록음악에 무관심했던 분들까지 관심을 갖게 한 것이 얻은 점이다. 잃은 것은 없다. 매너리즘에 빠진 우리를 다시 돌아보고 싶었고 목적을 이뤘다."
-'탑밴드'의 시청률이 낮아서 속상했겠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굉장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단지 우리를 채찍질 하는 계기로 생각했다. 이 방송은 '슈퍼스타K'가 아니다. 마니악한 방송으로서의 의미도 분명히 있다."
-결승전 상대가 신인급인 로맨틱펀치다. 최강 록밴드의 상대로 그림이 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록 음악은 사실 20대 초반에 에너지가 폭발할 때 가장 잘 나온다. 로맨틱펀치에게는 젊음이 있다. 밴드의 합도 잘 맞는다. 특히 보컬의 능력이 좋다. 록보컬들이 상대적으로 음정이 불안한데 그 친구는 음정이 완벽했다. 근데 비주얼이 좀 떨어진다. 하하하."
-결승전에서는 어떤 모습을 담을 생각인가.
"지금까지 자작곡이나 서태지 형 노래를 주로 불렀는데 관객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었다. '멋있는 건 알겠는데 너네랑 팬들만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소통을 테마로 잡았다. 우리 색깔이 꼭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관중들도 좋아할 곡을 하겠다. 소통 70%에 우리색깔 30%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이후 피아의 계획은.
"'탑밴드'를 우승해도 어떤 높은 자리에 가는게 아니고 우리가 인기를 얻고 활발하게 활동했던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이제 시작점 같다. 팬들이 열광하던 원래 피아의 자리로 돌아왔으니까 다시 떨어지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탑밴드'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다. 여러 밴드들이 출연을 결정해줬고 다들 미흡했지만 열심히 했다. 수고했다. 제작진도 밴드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취지를 잘 생각해서 더 좋은 방송 만들었으면 한다. 우리 밴드들도 이번을 기회이자 계기로 똘똘 뭉쳤으면 좋겠다."
▶로맨틱펀치 보컬리스트 배인혁
-결승전에 오른 소감은.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실감나지 않는다. 준결승을 치를 때 정말 울컥했다. 피아 형들과 한 무대에 서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늘었다. 데뷔 9년 만에 꿈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종 우승할 자신있나.
"지겠다는 각오로 덤비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있다. 그래야 피아 형들이 우승했을 때 더 자랑스러울 거다. 우리는 피아 보다 유명하진 않다. 이게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우리를 좀 더 신선하게 느끼지 않을까."
-피아를 칭찬하자면.
"피아는 인디밴드계에서 등불과 같은 존재다. 사람들이 히어로를 보고 힘을 내는 것처럼 우리도 피아를 보며 힘을 냈다. 피아가 '탑밴드2'에 출연한 덕분에 인디밴드가 다시 조명받게 된 것 같아 참 고맙다."
-로맨틱펀치의 음악적 특징은 뭔가.
"멜로디컬하고 감성적인 록이다. 우리 음악은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한다고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다."
-긴장감을 유발했던 팀은.
"2차 예선 트리플 토너먼트에서 만난 네미시스다. 워낙 내공있는 팀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지 우리팀이 떨어지게 됐다. 하지만 유영석 코치가 '톱 초이스'를 써줘서 2위에 올랐다."
-'보컬 덕분에 결승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던데.
"경연이라 보컬이 돋보이는 것 뿐이다. 연주를 못하면 보컬을 살려줄 수가 없다. 그럴 몰라주고 연주를 혹평하는 게 정말 속상했다. 심사위원 중에 연주자들의 존재감을 모르는 분도 있었고 '나가수'처럼 근엄한 것을 원하는 분도 있었다. 각자 성향 차이겠지만 나는 '탑밴드'가 신나고 즐거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팔목이나 마이크에 늘 스카프를 매던데.
"80년대에 대한 오마주 때문이다. 당시 활동한 밴드들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런 느낌을 담은 밴드가 한국에는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그런 밴드가 되고 싶더라. 또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고 보는 분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싶어서 화려한 패턴의 스카프를 선택한다. 이런 작은 소품들이 무대에서는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슈스케4' 본선 진출팀 딕펑스와 인연이 깊다고.
"지난해 열린 'KB 국민카드 락 페스티벌'에서 공동 우승을 했다. 각자 프로그램 출연 전에 '꼭 잘하자. 또 우승하자'고 서로를 응원했다."
-결승 무대는 어떻게 꾸밀 계획인가.
"그동안 무대를 뛰어다니며 신나는 곡을 들려드렸다. 그래서 이번엔 진지하면서도 폭발력 있는 곡을 선택했다. 기대해달라."
-우승을 해서 상금 1억원을 받는다면 어디에 쓸 계획인가.
"나는 우리팀 기타리스트가 월세에서 전세로 옮길 수 있게 보탰으면 좋겠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월세 내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같이 타고 움직이는 차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고 싶다. 지금은 차가 좁아서 모든 악기를 싣고 이동하는데 좀 불편하다."
-'탑밴드2' 종영 이후 활동 계획은.
"다음주에 앨범이 나온다. 앨범과 '탑밴드2' 준비를 동시에 해서 많이 힘들었다. 원래는 8월쯤 발매할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많이 올라오게 되서 계속 미뤄졌다. 그 뒤엔 앨범 홍보와 지방 투어를 할 계획이다."
엄동진·한제희 기자 kjseven7@joongang.co.kr 사진=윈원엔터테인먼트·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