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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김문영 칼럼] 한국 경마 첫 여자 조교사
KBS 1TV '인간극장'은 지난해 한국 경마 90년 역사상 첫 여자조교사인 이신영씨를 주인공으로 한 ‘이 여자가 사는 법’을 9월17일부터 21일까지 5부작으로 방영했다. 약 2분간의 치열한 경주를 숨소리마저 죽인 채 지켜보는 한 여자... 그녀는 바로 과천 서울경마공원 14조 마사의 책임자인 이 조교사다. 지난 2001년 최초의 여자기수로 이름을 올리며, 말과의 동거를 시작한 이 조교사는 지난해 10년간의 기수생활을 접고 아시아 ‘최초’의 여자조교사로 데뷔했다.
1년 차 신인 조교사지만 기수시절 못지않게 조교사로서도 순항하고 있다. 데뷔 7개월째인 지난 4월 말레이시아 특별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는가 하면 올해 목표인 20승 달성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독한 승부욕에 더불어 특유의 카리스마와 쿨한 성격으로 기수와 마필관리사, 그리고 마주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그녀는 14조 마사의 진정한 감독이다. ‘최초’의 여자 기수에서 조교사로 경마계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그녀는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에 매몰돼 있는 인식을 바로 잡아나가는데도 한몫하고 있다. 또 암투병 중인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간병하는 모습은 일반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난해 7월 마방을 대부받은 이 조교사는 그해 9월 7전 3승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이는 다승 부문에선 후보군중 하위를 기록했으나 승률과 입상률 부문에서는 1위를 기록할 만큼 알찬 성적이었다.
이 조교사는 지난 4월21일 데뷔후 첫 경마대회서 우승하고 시상대에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 말레이시아 실링거터프클럽(SLTC) 트로피 경주에서 ‘홀리몰리’를 출전시켜 우승을 차지한 이신영 조교사는 시상대에 올라 격한 감정을 눈물로 표현 했다.
여자 기수 1호로 경주로에서 활약했던 이 조교사는 기수로서 여자라는 핸디캡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었던 상황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몫을 다해왔었다. 경마의 세계에서 자신의 몫을 ‘선수’에 국한 시키지 않고 ‘감독’으로서의 꿈을 펼치고 싶었다고 말하는 이 조교사에게 우승 소감을 묻자 “잘 뛰어주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정말 우승을 하게 되어 꿈만 같았다.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눈물인지 빗물인지도 잘 몰랐었다”며 당시의 벅찬 감격을 회상했다. 이어 “조교사의 역할은 마필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인 것 같다. 능력이 50인 마필을 100으로 이끄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 않은가. 적어도 100의 능력을 50만큼 발휘하게 하는 조교사는 되고 싶지 않다”며 “지금 정도로 꾸준히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 목표이고, 마방의 기둥마가 된 ‘홀리몰리’는 물론 뒤를 이을 경주마의 사양 관리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조교사는 여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조교사로서 빠르게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한국경마는 소위 ‘금녀의 땅’이었다. 그러던 것이 여자기수가 탄생하고 용병 여자기수가 맹활약을 펼치더니 이제는 여자 조교사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한국경마 발전을 위해 매우 반가운 일이다.
경마는 모든 과정이 철저한 경쟁을 통해서 발전한다. 어떤 씨수말과 어떤 씨암말이 교배했는가에서 시작되는 경쟁은 생산-육성-훈련-경주-번식으로 이어지면서 매과정마다 불꽃튀는 경쟁이 펼쳐진다. 경마에서 경쟁이 제한되면 곧바로 부정의혹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신영 조교사의 활약은 눈부시다. 여전사 이신영 조교사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경마가 힘차게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