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FC에게 FA컵은 단순히 명예를 높이기 위한 도전이 아니다. 구단의 명운이 걸려 있다. 결전을 앞둔 팀 분위기가 밝으면서도 비장한 이유다.
경남은 창단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자본금이 바닥을 드러냈다. 선수들에게 월급을 주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메인스폰서십을 맡고 있던 STX그룹이 경영난을 겪으며 약속했던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구단까지 휘청이고 있다. 배수진이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감독과 선수 모두 자신들이 벼랑 끝에 몰려있다는 걸 알고 있다.
결정권자의 부재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구단주 역할을 맡고 있던 김두관 전 경남 도지사가 대선 후보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이후 구단 행정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최진한 경남 감독이 최근 경남도 관계자를 만나 "선수단의 사기진작을 위해 FA컵 승리수당을 걸어주면 좋겠다. 별도의 예산을 책정하기 어렵다면 FA컵 우승 상금의 일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지만, "지금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선수단 스스로의 힘으로 FA컵 우승에 도전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정상에 올라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으면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스폰서십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K-리그 무대에서 천신만고 끝에 스플릿시스템 상위 리그에 진출하고도 매 경기 FA컵에 대비한 실험에 치중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경남은 최근 들어 K-리그 무대에서 여러 차례 전술 구심점인 중앙미드필더 강승조를 빼고 경기를 치렀다. 강승조가 경고누적으로 인해 FA컵 결승에 나서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최진한 감독은 "갑작스럽게 전력을 보강하거나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비책은 없다"면서 "주어진 환경과 자원 안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 뿐이다. 포항의 플레이스타일과 장·단점에 대한 파악을 마친 만큼 '이기는 축구'의 해법을 찾는데 몰두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