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년을 맞은 SBS 대표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의 수려한 진행을 놓고 각 언론사들이 뽑은 헤드라인의 중심에는 배우 이동욱(31)이 있다. 전문 MC도 아니고 전문 진행자도 아닌 배우가 이렇게 칭찬일색의 수식어를 얻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제가 '강심장' MC를 맡는다고 했을 때 당시 주변의 반응은 반신반의도 아니었죠. 2반8의? 흐흐."
지금이야 넉살좋은 웃음을 짓는 그지만 초반엔 고민도 많았다. 과연 이 시점에 진행자로서 변신이 옳은 건지, 이제까지 쌓아놨던 '강심장'의 명성에 누가 되지는 않을지 등등.
하지만 그 고민은 진행을 맡은 지 6개월 만에 행복한 결과로 돌아왔다. 연예계의 난다긴다는 게스트들 십수명을 모아놓고 눙치는 솜씨나, 늘어진다 싶을 땐 과감하지만 세련되게 끊어버리는 모습은 능숙하다 못해 현란할 지경.
급기야 지난 13년동안 '배우 이동욱'을 사모하던 팬들은 그의 다재다능한 모습에 살짝 걱정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능하는 재미에 빠져 드라마나 영화는 멀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그것.
99년 데뷔한 이래 본부장('여인의 향기')이나 재벌 2세('마이걸')로서, 혹은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파트너')으로서 다양한 필모를 쌓아왔던 이동욱은 말한다.
"설마요, 예능하면 연기 못하나요? 걱정 붙들어매세요. 조만간 드라마든 영화든 작품으로 또 찾아갈거에요."
본디 술을 즐기는 '종족'인데 어찌알고 술 광고를 찍게 되서 몹시 신났다는 그는 자신이 모델로 활동하는 맥주를 센스있게 들어올리며 "건배"를 외쳤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죠. 그렇죠? 마시세요~ 주욱~" 권하는 솜씨도 보통 이상이다. 하긴, 그가 뭘 권한들 마다하랴마는.
▶강심장
-얼마전 '강심장' 3주년 특집을 진행했더군요, 소감 한 말씀.
"감개무량!"
-예능 진행은 처음이잖아요. 어찌 '강심장' 맡을 생각을 했나요.
"당시 예능 제의가 많았어요. 제일 컸던 건 붐의 설득이었죠. '형이 연기자인건 다 아는 사실이니 배우말고 또다른 무기를 가져보는게 어떠냐'구요. 특히 집단 토크쇼 진행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니 절호의 찬스라고 꼬셨죠. 제 생각에도 30대 초반의 배우 이동욱을 너무 '까보이지' 않고 다른 면을 보여줄수 있으니 리얼버라이어티 보다는 낫겠다는 판단이었어요. 또 당시 '강심장'이 힘들 때였는데 이 순간을 저와 동엽이 형이 멋지게 세이브하면 그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배우 이동욱에게 이런 예능감이 있는 줄 몰랐어요.
"아마 대부분 그러셨을거에요. '이동욱이 예능을? 의외네?' 라는 생각. 그런데 제 직업이라는게 대중들에 의해 움직여지고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어느 지점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건 배우로서도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강심장'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박상혁 PD는 군대있을 때 붐과 함께 진행한 프로그램을 보고 저의 예능감을 짐작했데요."
-신동엽과는 원래 알던 사이인가요.
"아뇨,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처음 만났어요. 이제 저한테 동엽형은 '동엽신'이에요. 형은 정말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잖아요. 좋은 얘기도 많이해주시구요. 결론은 항상 '(인생) 별거 아니야'인데 그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 힘이 나더라구요."
"흐흐, 코디요. 처음엔 그냥 말로만 할 생각이었는데 코디가 그렇게 하면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이디어를 주더라구요. 처음엔 버럭했죠, 이게 뭐냐고. 민망해서 못하니 정히 하고 싶으면 감독님께 허락받으라고. 근데 허락을 받아오데요? 사실 할 때마다 코디한테 인센티브 줘야해요."
-예능 진행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집중력을 유지하는 거요. 짧게는 6시간에서 9시간까지 녹화를 하거든요. 출연한 게스트들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가 어필되기를 바라잖아요. 그걸 캐치하는게 MC 몫인데, 주구장창 서서 수많은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꼼꼼히 듣다보면 어느순간 정신줄을 확 놓을 때가 있어요. 체력적으로도 뒷받침이 되야 예능을 하겠더라구요."
▶군대
-군대 다녀오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느낌인데.
"사실 20대 중반까진 '이거 어찌 (안가면) 안될까' 이런 생각도 했죠, 하지만 말도 안되는거잖아요. 20대 후반이되면서 '가야겠다. 그럼 어찌 잘 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됐죠."
-군 동기는 누가 있죠.
"얼마전 박효신이 제대하면서 끝났어요. 가장 선임은 공유. 토니안, 김재덕, 양세영, 김재원, 이진욱, 붐, 이동건 등이 모두 군동기에요. 어려울 때 함께 했던 만큼 남다르죠."
-무서운 선임이었다고 하던데.
"맞아요. 무섭다기 보단 맺고 끊는게 정확한거죠. 분대장을 했었는데, 군대라는게 한 공간에 있지만 나이와 분야가 다르다보니 한쪽으로 치우치면 서로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거든요. 다들 저 나간 다음에 힘들었데요, 하하."
-이동욱 군대를 검색하면 비포 애프터 사진이 뜨더라구요.
"군대있을 땐 86kg까지 쪘는데 제대후 '여인의 향기'를 찍을 땐 70kg이었어요. 무염식에 탄수화물은 최소로 먹고 운동하고. 특히 제대 후 첫작품이라 열의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죠. 요즘은 이렇게 술도 먹어요. 74kg정도에요."
-결국 군대 갔다오니 좋은 일만 생기네요.
"푸하하, 군대 두번 갔다와서 싸이될래, 아님 한번 갔다와서 지금처럼 살래 하면…. 그래도 전 두번은 못가겠어요. 하지만 싸이는 정말 대단한거 같아요, 요즘은 무슨 올림픽 금메달 순위 체크하는 기분이에요. 오늘은 싸이가 무슨 일을 해냈을까라는 생각으로 뉴스를 본답니다."
유아정 기자 poroly@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yks0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