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겸 방송인 박진수는 6년 간의 공백을 깨고 SBS 월화극 '신의'로 브라운관에 돌아왔다. 2000년 시트콤 '세친구'로 방송계에 데뷔한 그는 190cm의 큰 키에 130cm에 달하는 길이의 금발 헤어로 단번에 이목을 끌었다. 독특한 캐릭터로 예능 프로그램과 영화,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그러나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06)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추더니 대중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잊혀졌다.
지난 10일 방송된 드라마 '신의'를 통해 6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고 우아하면서도 날카로운 검술 실력을 지닌 신비거사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반가움을 샀다. 박진수는 "그동안 학생들 지도와 세종대학교 무용과 박사과정을 병행하느라 바빴다. 이젠 내가 꿈꿨던 배우의 길을 걷고 싶다"며 "무용계에서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배우로서도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6년 사이 외모가 많이 바뀌었다.
"대중들이 기억하는 이미지를 바뀌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우선 18년간 고수했던 금발 헤어스타일을 검정색으로 염색했고 100kg에 가까웠던 체중을 80kg까지 뺐다. 6년 전 예능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렸기 때문에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공백기를 가진 이유는 뭔가.
"고향 광주에서 20년째 운영 중인 무용학원 일과 세종대학교 박사과정을 밟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기존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보여드린 코믹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무용 보다는 배우에 뜻이 있었나보다.
"무용을 시작하기 전부터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진로를 결정할 당시 나는 무용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배우의 꿈을 접었다. 큰 키 덕분에 모델을 병행할 수 있었고 패션쇼 무대에 오르면서 팬들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무용 공연을 할 때 '티켓 파워'도 생겼고 2000석 규모의 극장을 거뜬히 채우게 됐다. 이후 '무용계 대부'로 불리며 인정을 받으니 배우에 대한 열정이 샘솟더라. 몸으로만 표현하던 감정표현을 함축적인 말로 터뜨릴 때의 쾌감은 정말 짜릿하다."
-'신의'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드라마를 연출한 김종학 PD와의 인연 덕분이다. 5년 전 한 패션쇼 행사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 어떤 연예인보다 눈에 띈다'고 칭찬해주시더라. 이국적인 외모에서 흘러나오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듣고 '빵' 터지시더라. 그것을 계기로 가깝게 지내다가 '신의' 캐스팅을 제안받았다."
-이민호와의 결투신은 상당히 호평 받았다.
"가발과 대역 모두 쓰지 않은 덕분인 것 같다. 신비거사는 중국 영화 '동방불패'(91)에 출연한 대만 배우 임청하를 연상 시키는 캐릭터다. 송지나 작가와 캐릭터에 대한 연구하다가 무술 동작에 무용을 접목 시켰다. 머리카락도 워낙 길어서 가발을 쓸 필요가 없더라. 나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맡겨 주셔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 중 의외의 성격을 지닌 사람은.
"김희선이다. 얼굴은 물론이고 성격까지 예쁘다. 주연 여배우니까 '공주병이 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먼저 다가와서 웃으며 인사를 하더니 '키가 정말 크시네요. 오빠 옆에 서면 꼬마 같아 보이겠어요'라며 키를 쟤보더라. 이번 작품을 하면서 김희선의 팬이 됐다."
-무용수로는 주연급인데 배우로서는 조연급 아닌가.
"무용수로 꾸준히 활동하며 입지를 굳혀나간 것처럼 연기자로서도 빛을 보는 날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 참고로 나는 주연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중에게 얼마만큼의 임팩트를 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