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채널이 많아지다 보니 진행자들이 이래저래 많이 필요한 시대다. 나 같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것을 보면 아직도 방송 MC가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어쩌다보니 나는 연예인보다는 외국인, 평범한 이웃 또는 전문직 출연자, 탈북해 대한민국 국민이 된 여성 등이 나오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주로 하게 됐다. 사실 내가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고 기초 학력이 좋아 영어 수학을 잘 하는 놈도 아니다. 근데 사회를 본다. 오늘은 나 같은 애가 먹고 사는 비법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사회생활의 일정 부분에 많이 겹치는 것들이다.
1.가짜 점쟁이 되기.
가짜 점쟁이가 뭘 알겠나. 그냥 처음 사람 봤을 때 오는 촉이다. 옷·시계·가방·양말·구두··화장·표정·말투를 보는 거다. 그런 모든 것은 상대의 성향을 대변한다. 그래서 평소 브랜드 관련한 잡지를 많이 본다. 그것은 이 사람에게 어떻게 첫 인사를 할 것인가 방향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 위주로 갈지, 상대를 살살 달래며 이어갈 것인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2.들어주기
생방송이 아니면 어지간한 녹화는 길어지더라도 들어준다. 듣다보면 사전에 작가도 알아내지 못한 새 길이 열리기도 한다. 유머가 없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유심히 듣고 웃어주기만 해도 상대는 ‘아~이 사람은 대화를 잘 하는 구나?’ 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종교인과 정신과 의사들은 잘 들어주는 사람들이다. 그냥 듣기만 하면 안 된다. 판소리 고수처럼 추임새를 넣어주어야 한다. 놀라주고 웃어주고 함께 흥을 느껴야 한다.
3.기 싸움
덩치가 작은 건달이 커다란 체구의 상대에게 '한판 붙어볼래?' 하는 것을 보면 기에서 눌리지 않으려 하는 것이 느껴진다. 오랫동안 술집에서 일한 사람은 상대가 아무리 잘 나가는 척을 해도 사기꾼을 금방 알아본다. 아무리 없는 척 해도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기도 한다. 흔히 말해 간보는 직업이다. 진행자도 강한 상대에게 기가 눌리면 이리저리 휘둘리다 배가 산으로 가기도 한다. 강호동처럼 강한 기운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유재석의 진행에 배려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드러움 속에 강하게 압박하기도 하고 방향을 틀어 리드하기도 한다. 초반 1분에 나머지 흐름은 결정난다.
4. 교통경찰
누군가 그랬다. MC는 신호등이 고장난 사거리에서 수신호로 차량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교통 경찰관 같은 것이라고. 이것은 기업의 회의를 리드하는 사람이 알면 참 좋은 방법이다. 한쪽만 계속 보내면 대통령 지나가냐고 항의가 넘치기 마련이다. 100분 토론·대선 후보 토론·청문회 등에서 최고의 불만은 발언 시간이다. 그렇다고 시간 분배만 딱딱 끊어주면 바둑판의 초재기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부러 한쪽을 밀리게 하여 조바심에 강하게 튀어나오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모두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이 밖에 겁나 많은 상황의 것들이 있으나 더 듣고 싶으면 500 원.
작은 모임의 진행이건 커다란 모임의 진행이건 아주 겁나 킹왕짱 중요한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진심으로 듣고 말하고 대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 어떤 테크닉보다 우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