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이희준·곽도원 등 극단 출신 배우가 대세다. 이 열풍을 연기자 민성욱(33)이 잇고 있다. 최근 종영한 MBC '아랑사또전'에서 한동안 사또가 없었던 관아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맛에 푹 빠진 육방 중 한 명인 예방 역을 열연한 그는 조연이지만 임팩트 있는 감초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양화가 겸 미술 감독 민정기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고등학교 때부터 극단을 쫓아다니며 연극을 했다. 그렇게 그가 연극계에서 17년 동안 쌓아온 내공이 '아랑사또전'에서 드디어 빛을 발했다. 민성욱은 "처음에는 연극 스타일의 연기에 익숙해서 드라마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김상호 PD님의 조언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고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액션 등 더욱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동안 연극에는 많이 출연했지만 드라마 출연은 거의 안 했다. 드라마 연기가 힘들진 않았나.
"이번 역할은 조연이었지만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분량이 많았다. 그 만큼 부담감도 더 컸다. 연극 스타일의 연기에 익숙해서 캐릭터를 잘 못 잡고 힘들어할 때 감독님과 선배 연기자분들이 드라마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신민아·이준기와 이번에 첫 호흡을 맞췄다.
"신민아씨는 잠깐 이야기해도 밝은 성격이라는 걸 알겠더라. 준기는 장난도 잘치고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준기가 촬영장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가르쳐줘서 삼방 멤버(김광규·이상훈)들과 함께 촬영장에서 '강남스타일' 안무를 연습했다. 다같이 말춤을 추는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MBC 주말극 '무신'팀이 먼저 단체로 '강남스타일' 풀버전을 공개해 우리 팀은 연습만 하다가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못 하고 끝나버렸다."
-'아랑사또전'을 찍는 동안 아내가 만삭이었다고.
"지난해 무용하는 아내와 결혼했다. 최근에 아내가 딸을 낳았는데 만삭일 때 옆에 자주 못 있어줘서 미안하다. 아내가 힘들 때 옆에 못 있어서 많이 혼났다. 요즘엔 스케줄이 끝나면 곧장 딸을 보러 간다. 정말 사랑스럽다."
-이성민·이희준과 인연이 깊다고.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이성민 형이 나와서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했는데 당시 성민이 형을 마중나간 게 나였다. 극단 선배가 대구에서 누가 올라오니깐 한성대 앞에 가서 데리고 오라고 했는데 그게 바로 성민 형이었다. 이희준과는 같이 연극을 하면서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극단 출신 배우들이 성공하는 걸 보면 어떤가.
"나랑 같이 어울리던 분들이 성공하는 걸 보면 신기하다. 근데 진짜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이 결국엔 잘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성민 형도 그렇고 희준이도 그렇고 캐릭터에 대한 해석력이 뛰어나다. 실력이 있다보니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잘 캐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다양한 장르와 역할에 다 도전해보고 싶다. 특히 '테이큰' 같은 영화는 꼭 해보고 싶다. 아직 말도 못 하는 딸을 안고 '웨어 이즈 마이 도털(Where is my daughter)?'라며 '테이큰' 속 리암니슨 대사를 따라한 적도 있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다."
-활동 계획은.
"연극 '웨딩스캔들'에 출연중이다. 다음 달부터는 이성민 형이 나오는 연극 '거기'에 합류한다. 10년 전 성민이 형과 '거기' 조연출을 했는데 이렇게 함께 작품을 해 감회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