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54) 감독과 정민태(42) 코치가 롯데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한양대 선후배 사이인 둘은 현대-넥센 시절을 함께하며 투수 조련에서 명성을 얻었다. 롯데가 지난 5일 김 감독과 정 코치를 각각 사령탑과 투수코치로 전격 영입한 이유 중 하나도 마운드 강화를 위해서다. 올 시즌 드러난 롯데 마운드의 문제점을 보면 김 감독과 정 코치가 풀어야 할 과제들을 알 수 있다.
롯데의 전임 양승호(52) 감독은 시즌 중 "1군 투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할 경우 2군에서 불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팀은 2군에서 올릴 자원이 없다"며 "투수 코치들을 크게 혼냈다. 항상 제안하는 선수가 진명호·김수완·이재곤뿐이다. 다른 선수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올 시즌 롯데는 얇은 투수 자원 때문에 고생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기면 이를 메워줄 선수가 많지 않았고, 2군에서 올라와 '깜짝' 활약을 해주는 선수가 전무하다시피했다. 이정민이 시즌 중반 1군에 올라와 약 9년 만에 승리를 따냈지만, 이 역시 자원부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였다. 아시아시리즈를 앞둔 지금도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선수는 송승준과 고원준뿐이라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롯데는 2009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으로 모두 투수를 뽑았다. 2009년 우완 오수호(SK)를 비롯해 2010년에는 우완 홍재영(군 복무), 2011년에는 우완 김명성(두산)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1군에서 1승이라도 거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좋은 자원을 뽑아놓고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것이다. 현재 롯데 2군에는 유망주로 불리는 젊은 투수자원들이 즐비하다. 롯데에 김 감독과 정 코치의 젊은 투수 육성 노하우가 필요한 이유다.
선발 투수들의 기복을 줄이는 것도 과제다. 올 시즌 롯데 선발진들은 불펜과 비교해 안정감이 떨어졌다. 송승준-사도스키-유먼-고원준-이용훈으로 이어진 선발진 가운데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 건 13승(7패)을 올린 외국인 선수 유먼이 유일했다. 송승준은 시즌 중반이 되서야 제 기량을 발휘했고, 사도스키와 고원준은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였다. 전반기에 활약했던 이용훈은 어깨 부상으로 후반기에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선발 로테이션 5명 중 최소 3명 정도는 꾸준한 활약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원활한 마운드 운용은 물론 불펜의 과부하도 방지할 수 있다. 단기전에서 선발 투수들을 전천후로 활용하는 것도 꾸준한 활약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김 감독과 정 코치가 이러한 과제들을 잘 해결한다면 내년 시즌 롯데 마운드는 더 강력해 질 것으로 보인다.
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