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굵은 배우 정재영(42)과 '귀공자 전문' 박시후(34)가 앙숙이 됐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정병길 감독, 8일 개봉)에서 각각 형사와 연쇄살인범을 연기하면서 죽을 듯 치열한 몸싸움을 벌여 눈길을 끈다. 영화는 공소시효 만료후 책을 내고 스타가 된 살인범과 그를 체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린 액션배우다'를 연출했던 실제 액션스쿨 출신 정병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강도높은 스펙타클을 선사한다.
배우 정재영(42)이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정병길 감독, 8일 개봉)에서 강도높은 액션과 진한 감정연기로 명불허전이란 말을 듣고 있다. '실미도' '강철중-공공의 적 1-1' 등의 영화에서 이미 거친 '몸연기'를 보여줬지만 이번 작품 속 액션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맡은 역할은 형사 최형구. 연쇄살인범 박시후를 잡기 위해 온 몸을 날리고 부딪치며 '야생'의 모습을 드러내는 캐릭터다. '믿음을 주는 배우'라 불리는만큼 활동도 왕성하다. '내가 살인범이다' 외에도 차기작 'AM 11:00'의 촬영이 마무리단계에 있다. 이성민과 동반출연하는 '방황하는 칼날'도 촬영을 준비중이다.
-상대역 박시후는 영화가 처음이다. 걱정은 없었는지.
"그런건 없었다. 오히려 영화만 하던 배우가 드라마로 가면 적응을 못하겠지. 빠른 호흡의 드라마만 하다가 여유를 가지고 찍는 영화현장으로 오면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물론, 시스템이 달라 적응기간은 필요하다. 시후도 처음엔 감정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더라."
-이번 액션연기는 특히 힘들어보였다.
"타이트한 스케줄에 맞춰 촬영을 했고 비를 맞으면서 뒹굴거나 추운 데서 떨면서 때리고 맞았다. 강도가 다른 액션이다. 내 몸이 훌쩍 날아가 떨어지는 장면이 있다. 최종편집본에서는 내 얼굴이 안 보이는데 이런 신 역시 직접 찍은 것들이다. 손이 찢어지는 등 부상도 입었다. 고생하고 얼굴이 안 나와 섭섭했다. 그렇다고 자랑하는 것처럼 내 얼굴이 나오는 장면만 다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극중 젊은 시절과 나이든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끼'때도 같은 경험을 했는데 어떤 연기가 더 어려운가.
"그나마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게 낫다. 아무래도 경험이 있지않나. 노년을 연기하게 되면 일단 목소리부터 문제가 된다. 아무리 특수분장을 해도 목소리를 변조하는건 한계가 있다. 또 노년은 미래의 일이라 경험이 없기 때문에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잘못하면 흉내내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박시후는 액션 연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었다더라. 그랬던 적은 없나.
"그만두면 안 되지. 손해배상액이 얼만데.(웃음) 물론, 투덜거릴 수는 있다. 그런데 그게 아예 때려치우고 싶다는게 아니라 '아 오늘은 그만하고 쉬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다. 회사원들도 다 같은 마음이지 않나. 자고 일어나면 촬영이 끝나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기분이다."
-박시후와 술을 마셨다가 실망했다더데.
"처음엔 몇 잔씩 권해봤는데 안 되겠더라. 못 마셔도 너~무 못 마시니까.(웃음) 그래도 둘 다 모난 성격이 아니고 무난해서 친해지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한국영화의 호황기가 찾아왔다. 잘 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나.
"글쎄. 막상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못 느낀다. 언제나와 다름없이 열심히 일을 할 뿐이다. 다만, 올해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왔다는 건 확실히 느낄수 있다. 과거 한국영화의 호황기가 왔다고 했을때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들이 많이 나와 신뢰를 잃어버렸다. 이번에는 수작들이 나오고 있어 다행이지만 지금이 가장 조심해야 할 때인 것 같다."
-항상 공백없이 꾸준히 일하는 것 같다.
"아니다. '내가 살인범이다'의 촬영이 끝난게 지난 2월이다. 그리고 5개월간 쉬다가 'AM 11:00'의 촬영에 들어갔다. 5개월간 집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면 얼마나 눈치가 보이겠나. 마땅히 취미가 없어 집에만 있었는데 백수가 된 느낌이었다. 'AM 11:00'도 이제 막바지 촬영만 남기고 거의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