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데뷔한 원조 아이돌 god를 목 놓아 외치던 소녀들이 성인이 돼 걸그룹으로 데뷔했다. 최근 두 번째 싱글 '아스타 루에고(Hasta luego)'를 발표한 타히티(정빈 22·민재 21·미소 21·지수 18·아리 18·진 16)가 그 주인공. 아이돌 시대의 태동을 경험한 '초딩'들의 가요계 등장인 셈이다.
god를 만나기 위해 장래 희망이 백댄서와 스타일리스트였던 이들이 '가수 대 가수'로 오빠들을 만날 날도 멀지 않았다. 일주일에 세 번씩 청계산을 왕복한 체력을 앞세워 '아이돌 불황'을 넘고 '제 2의 god'가 되겠다는 타히티를 만났다.
-타이틀곡 '아스타 루에고'의 뜻은.
"스페인어로 '다음에 다시 보자'라는 뜻이다. 헤어질 때 하는 인사인데 역설적으로 '잘 되나 두고 보자'라는 뜻이다. 제목 발음이 다소 어렵지만 독특해서 마음에 든다. 덥스텝(dub step) 장르의 강렬한 리듬과 정교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도 인상적이다."(정빈)
-뮤직비디오 촬영이 힘들었다고.
"공장에서 찍었다. 번개탄을 피워서 스모그 효과를 냈는데 연기가 심해서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숨을 헐떡이면 헐떡일수록 연기를 더 마시게 돼 눈물·콧물 엄청 많이 쏟았다. 날씨도 추웠다. 새벽까지 촬영이 이어졌는데 민소매만 입고 춤을 추려니 죽겠더라. 옥상에서 촬영한 신에서는 안전장치가 없어서 ‘이대로 떨어지면 죽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민재)
-타히티만의 장점은.
"체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다. 데뷔 전부터 체력을 기르기 위해 청계산을 올랐다. 일주일에 3번씩 정상을 밟았는데 처음에는 2시간30분씩 걸리다가 이젠 38분이면 오른다. 연습할 때는 다이어트를 했는데 정상에 오르면 시민들이 '소녀시대 왔다'며 예쁘다고 귤이랑 떡을 줬다. '예예, 소녀시대입니다'라면서 받아먹는 재미가 있었다."(미소)
"산을 한 참 탔더니 근육이 생기는 부작용이 따랐다. 그래서 한강 조깅으로 바꿨는데 겨울에도 12㎞씩은 뛰었던 것 같다. 우리끼리 시합을 하면 내가 항상 꼴찌를 했는데 학교 체육대회에 나가서는 예선·결선 1등을 했다."(아리)
-7월 데뷔 이후 두 번째 싱글인데 나아진 점은.
"눈빛이 확실히 저번 싱글 때보다는 좋아졌다. 곡의 느낌이 강해서 그런지 전체적인 팀 분위기도 의욕적이고, 안무 자체도 파워풀해졌다."(정빈)
-타히티의 특징은.
"우린 리더가 두명이다. 정빈 언니가 안살림을 맡아서 질서를 잡는다면 민재 언니는 연습이나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다. 민재 언니는 평소에도 아빠 같다. 막내들이 실수하면 언니가 나서서 똑 부러지게 지적을 한다. 그럼 정빈 언니가 다가와서 다독여준다. 미소 언니는 이모 같은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있다가 재미있다고 놀리기 바쁘다."(아리)
-어려서 좋아했던 아이돌 그룹은.
"god 선배들을 좋아했다. 엄마에게 '나 오빠들 뒤에서 백댄서하고 싶다'고 졸랐을 정도다. 춤을 잘 못 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방송국에서 청소라도 하겠다’고 졸랐던 기억이 난다."(정빈)
"아이돌을 좋아했던 것은 god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god는 나만 사랑하고 싶어서 용돈을 모아서 문방구 스티커를 모두 사버렸을 정도다. 오빠들의 스티커를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척 싫었다."(미소)
"동방신기 유노윤호 선배님의 팬이다. 얼마 전에 복도에서 만났는데 갑자기 심호흡이 빨라지더니 '다 조용히 해'라고 소리를 질러버렸다."(민재)
-god·동방신기처럼 초등학생의 마음을 빼앗아야 성공할 수 있다.
"그 점은 자신 있다. 우리가 정신 연령이 무척 낮다. 그래서 초등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눈높이 사랑을 펼치겠다."(지수)
-언니 셋, 막내 셋이다. 막내들은 불만이 없나.
"언니들이 엄청 챙겨준다. 숙소에 화장실이 하나인데 언니들이 나서서 샤워 부스를 두 개로 늘렸다. 또 샤워 순서도 막내들이 먼저다. 아직 고등학교에 등교하는 멤버들이 있어서 먼저 씻게 해준다."(진)
-서로 미래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나.
"매일 이야기한다. 정빈 언니·지수·나는 연기를 진·아리는 예능을 민재는 보컬 능력을 살리고 싶어한다. 난 삼수 끝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연기를 배우면서 '하이킥' 같은 시트콤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미소)
"아직 고3이라 대학교를 목표로 입시를 준비했다. 수능도 봤는데 성적이 잘 나올지 모르겠다. 연극영화과에 합격한다면 연기를 배우고 싶다."(지수)
"예능 개인기를 연습하고 있다. 멤버들이랑 TV를 보면서도 관찰을 하면서 본다. 내 별명이 댄싱머신인데 앞으로 출 춤도 연구하고 있다."(진)
-타히티의 10년 뒤 모습은.
"개인적인 목표를 다 이뤄서 성공했으면 좋겠다. 다들 외제 고급 승용차를 끌고 회식 자리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하하. 신화 선배님들처럼 개인 활동을 하면서 가끔 함께 모여 활동을 하면 좋겠다."(아리)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지금 회사에서 같이 하고 싶다. 회사 분위기가 아주 좋다. 대표님도 우릴 친 딸처럼 챙겨준다. 비오는 날 사장님이 파전을 사다주면서 '대표 예쁘지'라고 하는데, 귀엽다. 하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