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기자의 눈] 아시아시리즈 정착 열쇠 아시아쿼터제 도입해야
지난 11일 막을 내린 아시아시리즈는 지역 야구의 발전과 야구의 세계화를 도모하고자 2005년 창설됐다. 하지만 4일간의 단발성 대회로는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에 그칠뿐,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각 리그의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아시아쿼터제 도입이다. 각 구단이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와는 별도로 아시아 리그 소속 선수 1명을 영입할 수 있는 제도다. 프로축구가 2009년부터 시행해 팀 전력 강화와 다양성 확대에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번 대회는 개최지 연고팀 롯데 외에는 각국 챔피언 팀이 참가했다. 다른 리그 관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선수가 꽤 있었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은 결승전에서 홈런을 친 라미고(대만)의 린즈셩에 대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파워 히터"라고 칭찬했다. 그는 올해 대만리그에서 타율 0.317에 24홈런 82타점으로 홈런 1위에 올랐다. 거포가 필요한 국내 구단이라면 충분히 군침이 돌 만한 선수다. 하라 감독은 "그 외에 라미고의 1번(잔즈하오)과 6번 타자(린홍위)가 잘 치더라"고 말했다.
현재 제도로는 현실적인 장벽이 높다. 한국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 보유가 팀당 2명으로 제한돼 있다. 모든 팀이 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를 포기하고 대만 타자를 영입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인 선수를 무제한으로 보유할 수 있는 일본프로야구와는 사정이 다르다.
쿼터제를 도입하면 이런 장벽이 어느 정도 사라진다. 선수가 보다 쉽게 다른 리그로 진출할 수 있다. 한국에서 부진을 딛고 일본에서 성공한 임창용(야쿠르트), 일본에서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한국에 와 선수 생활을 한 카도쿠라 겐(전 삼성), 다카쓰 신고(전 넥센) 같은 선수도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교류는 아시아 야구를 발전시키고 상호 이해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자금력이 뛰어난 일본프로야구가 좋은 선수를 싹쓸이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다른 리그는 일본의 2군 기지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일본프로야구가 2007시즌부터 아시아쿼터제 도입을 주장했지만 한국과 대만이 반대해 무산된 이유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도 이제 선수 한두 명 빠진다고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 탄탄한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 KBO 관계자는 "류현진(한화)이 미국으로 가도 야구 인기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쿼터제로 혜택을 볼 선수는 특급 프리에이전트(FA)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연봉 상한선을 두는 등 장치를 마련하면 폐해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아시아시리즈의 슬로건은 '어울림'이었다. 아시아 야구는 좀더 어울릴 필요가 있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