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공식 취임한 김시진(54) 롯데 감독은 15일 부산 사직구장이 아닌 김해 상동에 위치한 2군 훈련장으로 출근했다. 그는 "앞으로 4일 훈련 후 1일 휴식을 원칙으로 마무리 훈련을 진행하겠다"며 "날 보고 싶으면 상동으로 와야 할 것 같다. 아마 대부분의 시간을 상동에서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직과 상동은 차로 45분 거리다. 김 감독이 사직구장이 아닌 2군 구장인 상동 체류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는 이달 말까지 1·2군을 통합해 마무리 훈련을 실시한다. 투·포수조는 상동구장에서, 야수조는 사직구장에서 훈련을 한다. 1·2군 코칭스태프도 역할에 맞게 갈라졌다. 투수 출신인 신임 권영호 수석코치를 비롯해 정민태 투수코치, 염종석 불펜코치, 주형광 2군 투수코치, 최기문 배터리코치 등은 상동으로 출근한다. 권두조 2군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 박계원 작전·주루코치, 공필성 수비코치, 김응국 2군 타격코치 등은 사직구장에 남아 야수들을 지도한다. 이런 가운데 김 감독은 상동행을 택했다. 롯데의 마운드 재건을 위해서다.
김 감독은 "타격쪽은 100% 확신을 가질 수 없지만, 투수 쪽은 자신있다"면서 "선발진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내 선수들 중 5명 정도는 이닝을 길게 책임질 선발진으로 만들 것이다. 특히 젊은 선수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내년 시즌 유먼과는 재계약하고, 사도스키 대신 새로운 외국인 투수 한 명을 영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따라서 김 감독의 마운드 구상은 7명의 선발 자원 확보가 목표인 셈이다.
롯데는 올 시즌 막판 선발로테이션의 붕괴로 애를 먹었다. 송승준·유먼·사도스키·고원준·이용훈으로 구성된 선발진 중 제 몫을 한 선수는 송승준과 유먼뿐이었다. 사도스키와 고원준은 기복을 보였고, 이용훈은 부상으로 8월에 시즌 아웃됐다. 문제는 이를 대체할 자원이 없었다는 점이다. 김수완과 진명호, 이재곤 등 젊은 선발 자원들은 올 시즌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1, 2군을 전전하는 데 그쳤다. 내년 시즌 안정적인 선발진 구성을 위해서는 이들의 기량 발전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시진 사단'에 합류한 정민태 코치 역시 젊은 투수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 코치는 "어린 투수들에게 중요한 건 자신감"이라며 "자신감이 넘치면 마운드에서 포수 뒤쪽의 관중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다 보인다. 반면 여유가 없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이 없는 것 같은데, 이것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유망주들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가능성이 보이는 투수들을 찾아보겠다. 롯데는 불펜이 강하기 때문에 선발진만 안정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