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진행하던 방송들이 특집으로 돌아가셔서 시간이 연타로 남았다. 난 지금 일본여행중이다. 일본 내에 맛집이 많기로 소문난 오사카 한 복판. 윙버스 같은 여행 안내사이트는 물론이고 각종 블로그에 수없이 많은 맛집이 소개되고 있다. 일본 여행에 관련한 책에 나온 추천 식당만 가려해도 너무나 많아 3개월은 걸릴거다.
소바·스시·우동과 일본식으로 정착한 카레와 교자·중식당·양식당 등등 돈이 문제지 맛은 대단한 수준이다. 세계적인 호텔 레스토랑 안내 가이드인 미슐랭에서 별 받은 식당도 일본에 참 많다. 유명한 라멘집의 줄은 1시간은 기본이다. 나고야의 명물 장어 덮밥인 히츠마부시는 왜 아직 세계화가 안 되었을까 의문일 정도로 맛이 좋다.
우리나라의 한식 세계화 정책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난 시작 자체를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부인께서 직접 관심을 갖고 추진해 우리 음식을 알리는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잘 된 일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사업에 769억 원이 투입됐다. 내년도 예산은 641억 원을 책정한 상태다. 큰 일 하자는데 돈 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실효성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낭비다.
그동안 한식을 알리고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홍보에 그 역점이 마련되어 있기에 각 지역의 외교관들부터 많은 민간단체와 자원 봉사자들까지 거들어 뛰었다. 한식을 소개할 수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나타나 비빔밥을 나눠주고 불고기를 소개했다. 김치를 먹는 유럽인과 남미 사람들의 모습을 방송을 통해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럼 뭐가 나아진 걸까? 그것을 먹은 사람의 머리에 각인된 효과는 대단하다고 치더라도 그 이상 뭘 어쩔 것인가. 비빔밥을 먹은 남미의 주부가 집에 가서 남은 음식을 다 비벼 먹을까? 간장과 마늘 파를 넣고 불고기를 재워 먹어 한식 세계화에 한 몫 할 것인가.
독도 알리기도 뉴욕을 목표로 삼은 것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곳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뉴욕 한복판의 식당은 곧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식당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뉴욕 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도 만나기 쉽다. 피자·파스타·약간 욕 같은 리조또까지. 태국 음식점도 은근 고급 식당으로 대접받는다. 뉴욕에서의 스시는 상전 중의 상전 대우를 받는다. 미국인들이 젓가락질 하는 것을 스시 먹는다는 자랑으로 여기며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사실 처음에 일본인들이 날생선 먹는 것을 얼마나 비웃었겠는가. 암튼 스시는 사랑 많이 받는 고급 요리가 돼있다. 중국의 베이징 덕은 너무나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중식당은 있다. 베트남 쌀국수 집은 베트남 손님이 거의 없다. 그래도 손님 넘친다. 아니 베트남 국수가 이렇게 유명해 질 줄이야. 근데 이 국수 겁나 비싸다. 앗! 그럼 우리 음식은 없느냐. 아니다, 있다. 당당하게 뉴욕에 설렁탕을 판다.
맛 좋고 팁 적게 주면 난리 나는 감미옥 같은 곳이 있다. 물론 한인 뿐 아니라 미국 본토인들도 많이 찾는다. 근데 참 묘하다? 왜 설렁탕? 그러고 보니 LA의 북창동 순두부도 참 잘되는 집이다. 불고기·갈비 등을 하는 유명 한식당도 꽤 있지만 위에 나열한 각국의 음식들은 참 단순하고 일인당 한 접시 나오거나 대부분 간단하게 차리고 먹는 형태다.
우리의 식당은 이것저것 나열해서 한상 차리고 먹다보니 나중에 사이다라도 한 병 시키려면 빈 접시 치우거나 야권 단일화처럼 반찬을 몰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고급 한정식처럼 순서대로 나오는 것이 전통일까 생각해 봤는데 '광해'나 '대장금'을 봐도 임금도 한상에 차려 먹는 걸 보면 전통은 아닐거다. 그런 점에서 비빔밥은 한 그릇으로 단정하게 먹을 수 있어 유리한 점이 많다. 단순화된 메뉴 가운데 우리 것은 뭐가 있을까.
한식의 세계화는 무엇으로 이루어질까? 박진영처럼 투자와 노력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순서로는 가장 적절하다. 근데 의외로 싸이처럼 터지는 경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누가 알겠나. 낙원떡집의 떡. 청진옥 해장국, 마포 돼지갈비, 삼각지 대구탕, 미군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의정부 부대찌개가 세계화의 선봉에 설지. 의외로 내가 싸이 처럼 기대하는 것은 호떡이다. 누가 알아,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호떡 때문에 환장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