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CNN이 뽑은 '세상에서 가장 소름돋는 장소'에 한국의 곤지암 정신병원이 뽑혀 화제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놀이공원, ‘자살의 숲’으로 유명한 일본의 아호키가하라 등 말만 들어도 오싹하고 무서운 장소들 속에 한국의 곤지암 정신병원이 들어있다니 의아했다.
실제 곤지암 정신병원은 흉가체험을 좋아하는 청소년과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장소라고 한다. 오래 전에 폐업한 병원은 어떤 이유에선지 병원 기물과 침대가 버려진 채 있다고 한다. ‘병원장이 자살했다’ ‘환자가 모두 죽어서 나간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병원장은 외국에서 생활 중이었으며 다만 자녀들이 병원을 계속하길 원하지 않아 건물이 그대로 방치됐을 뿐이었다.
몇 년 전부터 이 병원은 흉가체험 코스로 크게 인기를 끌면서 각종 TV에 소개됐고 이후 마을 주민들은 밤마다 들리는 괴성으로 속을 썩고 있다. CCTV를 설치하고 병원에 철책을 설치하는 등 외부침입을 철저히 막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3대 흉가 중 한 곳인 충청도의 모 식당건물도 마찬가지. 이곳의 소문도 무섭긴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회식 온 사람들이 식당 아주머니에게 고기를 주문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카운터에 항의했더니 “우리 집엔 여자 종업원이 없습니다”란 대답이 돌아왔다고. 하루는 주방장이 너무 피곤해 설거지를 미루어놓고 퇴근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출근해보니 말끔하게 주방정리가 끝나 있었다고 한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다.
세계 곳곳에 유명 흉가들이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도 유명한 흉가가 있다. 300~400년이 넘도록 폐허로 방치된 건물은 들어가자마자 오싹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이 집은 대낮에도 귀신이 돌아다닌답니다. 저와 한번 같이 가시죠?” 그 말에 나는 손사래를 쳤다. 구명시식 때마다 수백의 영가들을 만나는데 굳이 귀신이 나온다는 흉가에 찾아갈 필요가 있나 싶어서다.
몇 년 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 갔을 때 일이다. 한 미국인 가족이 나를 초대했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저택을 방불케하는 집을 구경했다. “집이 참 좋습니다.” 그러자 집주인인 할머니는 몇 대 조상부터 내려온 집이라며 자랑을 했다. 그때였다. 가족들은 모두 1층에 있는데 2층 복도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나는 내가 인사하지 않은 다른 가족이가 싶어서 서툰 영어로 인사를 했는데 여인은 나를 보더니 차갑게 미소 지으며 다른 방으로 사라졌다. 그녀를 쫓아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놀랍게도 그녀가 사라진 곳엔 문이 없었다. 벽이었다.
너무 놀란 나는 등골이 오싹했다. 뒤를 돌아보니 집주인인 할머니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나는 같이 온 한국인 지인에게 할머니가 놀라실까봐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집에 귀신이 있는 것 같다고 전해주세요.” 그 말을 들은 할머니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놀라기는커녕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귀신이요? 저도 가끔 보는데요.”
우리는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방금 귀신을 목격한 상황치고는 유머러스했다. 지인은 “미국 사람들은 귀신을 봐도 크게 놀라지 않는가 봅니다. 우리와 영적인 구조가 다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한국은 공동묘지 근처의 땅은 비교적 싼 편이다. 때문에 납골당이나 공원묘지가 들어온다고 하면 땅값이 떨어질 까봐 마을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반대한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오히려 공원묘지 근처가 땅값이 비싸다. 나무도 많고 조경이 잘 되어 있어 산책하기 좋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흉가가 세계 제7대 오싹한 장소에 뽑혔다는 말에 기가 찼다. 세계에 무서운 장소가 얼마나 많은데 하필 대한민국이라니. 그만큼 대한민국의 영기가 세단 얘기가 아닐까. 그 병원이 어떤 이유로 흉가가 됐는지는 몰라도 이는 영가만 신난 일이다. 가만히 있으면 평범한 보통 영가인데 흉가 체험을 하는 사람들 덕분이 유명해지니 더 기승을 부리며 모여든 것이다. 한 마디로 영가의 몸값이 부풀려졌다고나 할까.
이럴 땐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만난 미국 할머니처럼 무심함이 필요하다. 괜히 귀신 나왔다고 유난떨지 말고 할머니처럼 무시하고 살다보면 귀신도 제풀에 기가 꺾여 더 이상 인간에게 장난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