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위안부 관련 사과를 일왕에게 요구하면서, 한일간 문화 교류 또한 냉각됐다. 한류의 중심지 신오쿠보를 중심으로 한류 반대 시위가 들끓었고, 일본 정치권과 미디어에서도 앞장서 한류와 독도 문제를 연계해 들고 나왔다. 이어 26일 NHK 홍백가합전을 비롯한 '일본 3대 가요제'에서 한국 가수 출연이 불발돼 설마했던 'K-POP 위기론'이 현실로 드러났다. 2001년 가수 보아,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의 진출로 일본 문화계의 한축으로 성장한 한류에 '위기의 계절'이 도래한 것인지 현지 반응을 살펴봤다.
▶일본 '3대 가요제' 한국 가수 출연 불발의 의미는.
올해 'NHK홍백가합전'을 비롯한 '일본 3대 가요제' 출연 명단에서 한국 가수는 찾아 볼 수 없다. 이를 두고 일본 측의 해석도 엇갈렸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26일 "올해도 K팝 가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뜨거운 인기가 이어졌지만 독도 등 정치적 이슈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주최 측인 NHK는 "독도문제 등 한일관계의 영향은 관계없다. 올 한해 활약과 여론 지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한국 가수가 50팀이라는 한정된 수에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최 측의 말을 그대로 믿는 관계자는 없다. '홍백가합전'에는 지난해에도 동방신기·소녀시대·카라 등 총 3팀이 출연했을 정도로 한국 가수들이 단골손님이었다. 한국 가수들의 성적이 지난해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설득력을 높인다.
일본 가요 기획자이자 일본 신오쿠보에서 K-POP 전용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호영 대표 역시 '3대 가요제' 출연 불발 원인을 독도 문제 등 정치적 이유로 해석했다. 그는 "K-POP 가수들의 성적만 놓고 보면 출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현지 팬들조차 굉장히 의아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독도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다. 다음달 16일 치러지는 일본 총선을 앞두고 가요제의 주최측인 방송사도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독도 문제 등 한국과의 관계를 이슈로 끌고 가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한류 위기의 계절'이 도래했나.
최근 국내 가요·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한류가 한풀 꺾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인 이슈까지 더해져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 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이는 전혀 '틀린 이야기'다.
이 대표는 "독도 이슈 이후 한류가 미세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한류의 중심이라는 신오쿠보 한류 거리에도 예전보다는 방문객이 좀 줄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반한류 기류' 역시 총선 이후인 내년 부터는 힘을 잃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한류의 주소비층인 일본 여성이 정치적 이슈에 큰 관심이 없다는 점도 '위기론'에 비중을 크게 두지 않는 이유다.
최근 김현중은 첫 번째 싱글 '히트'로 데일리 차트 1위에 오른데 이어, 월간 차트에서도 3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는 일본 데뷔 1년 만에 4개 도시를 도는 아레나 투어를 열어 7만 4000여명의 팬들을 불러 모았다. '최강 아이돌' 동방신기는 벌써 내년 활동의 청사진을 그렸다.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일본 5대 돔 투어를 계획했다.
이 대표는 "한국 신인 그룹의 일본 진출이 현재도 활발하다. 그룹 터치는 도쿄에서 페스티벌을 열고 신곡 소개를 하는 등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정치적 이슈와 한류 팬들 사이에 선을 그었다.
김현중의 소속사 키이스트 관계자는 "12월에 일본에서 정규 앨범이 나온다. 반한류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지난주에도 JYJ 김준수가 단장으로 있는 축구팀 FC MEN과 일본에서 친선경기를 치르고 왔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