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차가 많이 나서 주전 선배들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끝까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프로농구의 부흥을 위해 28일 고양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2012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중앙대가 디펜딩 챔피언 안양 KGC 인삼공사를 이기는 이변을 일으켰다. 35득점을 넣으며 대활약한 이호현(20·중앙대2)은 "승리해서 기쁘다"는 한편 "주전 선배들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는 과거 1990년대 농구대잔치의 추억을 살려 농구 붐을 일으키기 위해 기획됐다. 1993-94시즌 농구대잔치에서 연세대가 대학팀 최초로 실업팀을 꺾고 우승하며 농구의 인기를 대폭발했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긴다는 건, 한국 농구팀이 미국 NBA팀을 이기는 것만큼이나 짜릿한 기분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날 중앙대는 KGC를 꺾었지만 18년 전과 같은 짜릿함은 주지 못했다. KGC가 프로농구 특급 3인방 김태술, 양희종, 이정현을 기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GC는 신인 김윤태, 이원대, 김민욱 등을 베스트5로 내세워 경기를 치르며 초반부터 중앙대에 제압당했다. 이상범 KGC 감독은 예상 외의 전개에 작전 타임때 큰소리로 선수들을 호통쳤다. 그 소리가 체육관에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김일두, 박상률 등 고참급은 넣었지만 핵심 3인방은 석고상처럼 벤치를 지켰다.
앞서 서울 SK도 연세대에 혼쭐이 났다. SK도 KGC와 마찬가지로 1.5군을 투입했다. 김선형, 김민수, 변기훈 등 올 시즌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는 주전은 모두 뺐다. 그나마 SK는 김동우, 김효범 등 고참 선수들을 넣었지만, 연세대에 시종일관 끌려다니다 간신히 4쿼터에 역전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문경은 SK 감독은 "대학팀과 대결한다고 해서 자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했지만 1.5군을 내보낸 것부터가 이미 대학팀을 만만하게 본 것이다.
이날 22득점을 한 전주 KCC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19·연세대1)은 "막상 해보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33득점을 한 전성현(21·중앙대3)은 "사실 프로팀과 대결이라 크게 기대를 안했다. 2~3일 정도만 훈련했는데 이겼다"고 말했다.
프로팀 감독들도 사정은 있다. 이 감독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대결은 농구발전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했지만 "시즌 중반에 하는 게 너무 아쉽다. 선수들이 이미 체력적으로 힘든데 토너먼트 대회까지 출전시키는 건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김유택 중앙대 감독도 "프로팀이 100% 전력으로 나왔다면 대학팀이 이기기 어렵다"며 "대학 선수들이 프로 선수와 경기해서 얻는 경험은 대단하다. 대회 시기를 조절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주도적으로 주최한 프로농구연맹(KBL)은 프로 구단에서 1군 선수를 내보내지 않은 것에 불만을 터뜨렸다. KBL 고위 관계자는 "이왕 하게 된 대회인만큼 주전 선수들을 잠깐이라도 기용하는 게 농구 붐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적절하지 않은 대회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고양=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