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국지'를 바둑판으로 옮겨놓은 듯한 한·중·일 기사 15명의 치열한 승부. 올해로 14회를 맞은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은 바둑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대회다. 지난 26일 시작된 본선 2차전은 11년 만에 서울 농심 본사(대방동)에서 열리고 있다. 중·일 갈등의 영향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경기를 벌일 수 없기 때문이다. 매 대국이 곧 바둑의 역사다. 지난 13번의 대회에서 쏟아진 각종 기록을 숫자로 풀어보았다.
1회~6회까지 1위 지키며 ‘수호신’ 등극 18명이 연승 상금…총액 4억3000만원
◆0.5 : 세계 바둑계의 호랑이로 군림하는 이세돌이지만 유독 농심배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1회대회 예선결승에서 조훈현에 분패한 이세돌은 2회 때는 무명의 이현욱에게 패하며 4회전에서 탈락했다. 3회 때도 결승에 올랐으나 최규병 9단에게 패하며 쓴맛을 봤다. 4회 때 김동엽 7단과의 힘겨루기 끝에 통한의 반집패를 당한 그는 이듬해 와일드카드 선발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며 불참했다. 6회대회 결승에서 최철한에 15집반의 대패를 당한 이세돌은 이듬해 강동윤 3단에 또다시 반집을 패하며 농심배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8회 때 원성진에 또다시 반집패한 이세돌은 10회 대회 때야 간신히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0.5집 패배만 무려 세 차례. 그야말로 악연이다.
◆1 : 세계 유일의 국가대항 단체연승전. 농심배는 개인전 일색이던 세계대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삼성화재배와 LG배·응씨배·춘란배 등 8개의 세계대회가 있지만 한·중·일 3개국에서 5명씩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우승국을 가리는 형식은 농심배가 유일하다. 우승국에게만 상금을 지급하는 서바이벌 형식은 농심배 흥행의 또다른 요인이다.
◆5 : 농심배 한 대회에서 한 선수가 올릴 수있는 최다연승기록은 ‘10승’이다. 13차례 농심배 중 단일대회 최다연승기록은 그 절반인 ‘5승’이다. 2002년 중국의 네 번째 주자로 나온 후야오위 8단이 처음으로 5연승을 기록한 이후 이창호(6회), 펑취안(8회), 강동윤(10회), 셰허(11회) 등 총 5번의 5연승이 나왔다. 특히 이창호는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연승으로 대회 우승을 결정지었다. 연승의 질량감이 다르다.
◆10 : 13회 대회에서 10차례 우승을 휩쓴 한국. ‘농심배 수호신’ 이창호를 보유한 한국은 무적이었다. 이창호는 1회~6회까지 마무리로 등판해 단 한차례의 ‘블론세이브’없이 팀우승을 지켜냈다. 7회 때 요다 노리모토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불패신화는 깨졌지만 8회와 11회 때 다시 우승을 이끌어내며 명성을 이어나갔다. 이세돌(10회)과 최철한(12회)은 이창호를 등판시키지 않은 채 팀우승을 견인했다.
◆14 : 이창호 연승 세계기록. 기세를 타면 연승은 쉽다. 그러나 해마다 꾸준히 연승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최강자가 득시글거리는 대회 후반에는 더욱 그렇다. 이창호는 2000년 3월 27일 제1회 농심배 본선13국에 한국의 주장으로 출전해 일본대표 조선진 9단을 이긴 이후 2006년 2월 24일 7회 대회 때 요다 노리모토에게 패할 때까지 14연승을 기록했다.
◆77 : 지난해까지 한국 선수가 거둔 승리수. 대회 최다우승국인 한국은 13년 동안 총 77승을 수확했다. 이 중 이창호가 19승으로 총 승리의 1/4을 책임졌고 최철한(10승)·박영훈(8승)·목진석(7승)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 대회에 이호범이 1승을 추가해 농심배 통산 100승까지는 이제 22승이 남았다.
◆2300 : 이창호의 농심배 무패일수. 이창호가 농심배에 첫 모습을 드러낸 날은 제1회대회 예선이 열린 1999년 10월 12일이다. 1회전을 부전으로 통과한 이창호는 2회전에서 임선근 9단을 이기고 농심배 첫승을 신고했다. 예선탈락자 중에서 와일드카드를 선발하던 1회~3회에서 16연승으로 모조리 자력통과한 이창호는 2006년 요다 노리모토에게 패할 때까지 예·본선 포함 총 30승 무패의 기록을 세웠다. 2300일동안 이창호의 대진표에는 X표가 단 한 개도 그려지지 않았다.
◆4만 816 : 1회 대회부터 13회 대회까지 벌어진 본선 대국의 수순 총합.
◆4억3000 : 연승상금 총액. 농심배는 3연승부터 연승상금 1000만원을 보너스로 받는다. 13회대회 동안 연승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때는 한 번도 없다. 지금까지 연승상금을 받은 선수는 총 18명. 그 중 중국의 셰허가 11회 3000만원, 12회 2000만원, 13회 1000만원등 총 6000만원의 보너스를 받으며 최다연승상금 획득자에 올랐다. 13회까지 지급된 연승상금 총액은 4억3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