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들이 인정받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 선발투수들에 밀려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던 불펜투수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바로미터인 '몸값'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삼성은 오승환(30)에게 내년 연봉으로 5억5000만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3억 80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오른 금액. 2년 연속 구원왕에 오르며 우승에 기여한 공헌도와 일본 진출을 포기한 것을 감안한 대폭 인상이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고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6억 원을 넘어 구대성이 받았던 역대 구원투수 최고연봉(2007년 한화·6억 3000만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구단이 제시한 5억5000만원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해도 오승환은 내년 투수 최고연봉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투수 연봉 1위였던 김선우(두산·5억 5000만원)가 삭감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오승환과 같은 금액을 받은 윤석민(KIA)도 FA를 앞두고 있지만 오승환만큼 인상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구원투수가 '투수 연봉킹'에 오른 경우는 선동열(해태)·김용수(LG)·정명원(현대)과 구대성 정도다. 그러나 앞의 세 투수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 실질적으로는 구대성이 거의 유일한 사례다. 오승환이 투수 연봉 1에 오른다면 1경기도 선발로 뛰지 않고 투수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최초의 선수가 된다.
최근 들어 구원투수들의 가치는 예전보다 높게 평가되는 추세다. SK 정우람은 올해 2억8000만원으로 팀내 투수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몇 년간 활약상에 비교하면 다소 적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의 보직이 셋업맨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일이다. FA (프리 에이전트)시장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 삼성에서 LG로 둥지를 옮긴 정현욱은 4년간 28억6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구원투수 출신의 한 코치는 "90년대만 해도 억대 연봉은 선발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에 비해 구원투수들을 인정해주는 고과산정이 이뤄지고 있다. '홀드' 같은 기록도 있지 않나.(홀드는 2000년부터 공식 기록으로 인정) 시대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Tip=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의 구원투수들은 어떤 몸값을 받을까. 메이저리그는 선발투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올해 연봉 톱10에 든 선수도 모두 선발이다. 뉴욕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가 1494만25달러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지만 투수 전체에서는 17위에 불과했다. 요한 산타나(뉴욕 메츠·2314만 5011달러)의 70% 수준. 반면 일본에서는 구원투수들이 상당히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주니치 마무리인 이와세 히토키는 올해 가장 많은 연봉(4억3000만엔·외국인 선수 제외)을 받았다.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고몸값도 마무리투수였던 사사키 가즈히로(당시 요코하마)가 기록한 6억5000만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