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내야수 문규현(29)에게 이번 겨울은 추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올 시즌 105경기에 나서 타율 0.205·17타점·17득점을 남겼다. '문대호'라고 불리며 활약했던 지난 시즌(타율 0.242·39타점·40득점)에 비해 모든 수치가 떨어졌다. 내년 시즌 연봉협상을 앞두고 삭감이 예상됐다. 그러나 문규현은 지난 주 구단과 600만원 오른 9000만원에 협상을 마쳤다. 그는 "나 역시 연봉 삭감을 예상했다"며 "'동결만 돼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구단에서 9000만원을 제시했다. 군말없이 도장을 찍었다. 내년 시즌 더 잘하라는 의미로 알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 시즌 문규현이 부진했던 이유는 크고 작은 잔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지난 4월28일 사직 LG전 수비 도중 2루로 슬라이딩하는 김일경과의 충돌로 인한 왼무릎 부상을 시작으로 가래톳과 늑골, 옆구리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무너진 타격 밸런스를 다시 찾는 건 쉽지 않았고, 수비에도 지장을 받았다. 그는 "다친 건 다 내 탓이다.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일"이라며 "올 시즌 몸 관리에 대한 교훈을 많이 얻었다.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규현은 이번 달부터 부산의 한 재활센터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 시즌을 마친 뒤 어깨가 아파 정밀 검진을 했는데, 회전근이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문규현은 "오래 전부터 어깨가 조금씩 아팠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몸 관리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검진을 받으니 회전근이 많이 손상됐다고 하더라. 더 큰 부상을 당하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재활을 통해 회복 가능한 수준이다. 어깨 재활로 상체 훈련은 못하고 있지만 하체 훈련은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문규현의 내년 시즌 목표는 소박하다. 그는 "아프지 않고 온전하게 한 시즌을 마치고 싶다. 전 경기 출장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포지션 경쟁자인 박기혁이 군 제대 후 복귀해 빼앗긴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는 "포지션 경쟁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내 할 것만 잘하면 충분히 밀리지 않는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문규현은 또다른 목표도 전했다. 내년 말에는 억대 연봉에 진입하는 것이다. 2002년 데뷔한 문규현은 "올 시즌 부진을 교훈 삼아 내년 시즌에는 반드시 부활하겠다"며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억대 연봉을 꿈꾼다. 열심히 해 내년 시즌 꼭 억대 연봉에 진입하고 싶다. 그것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