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WBC 불참자 속출..‘확실한 인센티브 필요하다’
앞으로 누가 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빠질지 모른다. 막고 싶어도 막을 방법은 없다. 이제 국가대표팀은 차출이나 소집의 개념이 아니다. 참가를 이끌어내기 위한 당근이 있어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 WBC 대표팀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봉중근(LG)과 김광현(SK), 홍상삼(두산)이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고, 류현진(LA 다저스)은 소속팀 전념을 이유로 다른 선수와 교체됐다. 부상이 있는 김진우(KIA)와 최근 신시내티로 이적한 추신수도 현재 명단에 올라 있지만 참가가 불투명하다. KBO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4강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하는 대표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아픈 선수를, 그리고 정규시즌이 중요한 선수를 억지로 국제 대회에 데리고 갈 수는 없다. 대표팀에 손해이고, 선수 역시 손해다. 하지만 선수들이 잇달아 빠지는 이유는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WBC는 참가 혜택이 많지 않다. 한 야구인은 얼마 전 대표팀 명단 교체를 두고 "WBC 우승으로 병역 면제가 되면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선수들이 안 나가겠느냐"고 말했다. 선수들의 애국심에만 호소하기에는 동기 부여가 안되는 게 현실이다.
KBO는 이번 대회 출전 혜택 마련에 고심 중이다. 현재로선 4강 이상에 올랐을 경우 포상금과 대표팀 소집일부터 대회 종료일까지 기간을 FA(프리 에이전트) 등록일수로 보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출전 선수 다수가 억대 연봉자이며, FA 등록일수 보상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KBO는 2006년 1회 WBC 때 병역 혜택과 포상금 3200만원, 2009년 2회 대회는 포상금 6785만원과 FA 등록일수로 보상했다. 내년 3월 3회 대회를 앞두고 KBO가 생각한 혜택안은 2회 대회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정금조 KBO 운영팀장은 "병역 혜택 아니면 뭘 주겠나. 현실적 카드가 많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KBO는 선수들의 불만을 우려해 포상금과 FA 등록일수 외에 다른 혜택을 검토 중이다.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아마추어 종목 세계선수권대회에 준하는 연금 점수를 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4년 주기의 세계선수권대회는 금메달 45점, 은메달 12점, 동메달 7점을 준다. 연금은 20점 이상 모았을 때부터 받을 수 있으며, 45점은 월정금으로 치면 52만5000원이다. 김 위원장은 "포인트를 쌓으면 쌓을수록 돈이 더 나온다. 선수들이 다음 대회에도 나오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월정금의 상한액은 100만원. 큰 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망할 때까지 지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40살 즈음 은퇴하는 선수들에게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
야구는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져 아시안게임 입상시에만 연금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정식 종목인 축구가 월드컵까지 세계선수권대회 연금 점수를 적용받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김 위원장은 WBC의 연금 적용에 대해 "KBO가 나서서 대한체육회와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KBO는 내년 1월 말까지 3회 WBC 대회 보상안을 확정짓겠다는 방침이다. 정금조 팀장은 "파란 대표팀 유니폼에 뭔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WBC뿐 아니라 모든 국제 대회 출전에 어떤 혜택을 줄지 대한야구협회와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