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류현진(26·LA다저스)이 또 다른 '최초'에 도전한다.
1994년 박찬호가 한국인으로 첫 빅리그 마운드에 오른 뒤 아시아 투수로는 최다인 124승을 거뒀지만 그에 못지 않은 아쉬움도 남겼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신인왕을 수상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1995년 노모 히데로를 시작으로 사사키 가즈히로(2000년)·스즈키 이치로(2001년)까지 3명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과연 류현진의 신인왕 수상은 가능할까.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메이저리그의 이중 장벽을 뚫어내는 게 관건이다.
투수보다는 타자에 투표
류현진이 뛰게 될 내셔널리그는 1990년 이후 탄생한 23명의 신인왕 중 투수의 비율이 26%(6명)에 불과하다. 2011년 크렉 킴브렐(애틀란타)과 1999년 스캇 윌리엄스(당시 신시내티)를 제외하면 선발투수가 신인왕을 차지한 사례는 네 번으로 더욱 줄어든다. 기본적으로 타자와 투수가 비슷한 성적을 거뒀을 경우 타자 쪽으로 표가 기우는 경우가 종종 연출됐다.
지난해 브라이스 하퍼(워싱턴·타율 0.270, 22홈런 59타점)와 웨이드 마일리(애리조나·16승11패 평균자책점3.33)가 펼친 2파전, 2009년 크리스 코글란(마이애미·타율0.321, 9홈런 47타점)과 J.A 햅(당시 필라델피아·12승4패 평균자책점 2.93)이 맞붙은 신인왕 대결 모두 승리는 타자 쪽이었다. 2008년 17승6패 평균자책점 3.21을 거둔 에디슨 볼케즈(당시 신시내티)는 1위 표를 단 한 장도 받지 못하며 4위에 머물렀다. 대신 신인왕은 시카고 컵스의 포수였던 지오바니 소토(타율 0.285, 23홈런 86타점)의 몫이었다.
해외리그에서 뛰었다는 편견
2001년 이치로 이후 일본 선수들의 신인왕 수상도 맥이 끊겼다. '괴물' 마쓰자카(당시 보스턴·15승12패 평균자책점 4.40)는 2007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브라이언 배니스터(당시 캔자스시티·12승9패 평균자책점 3.87)에 밀리며 4위에 머물렀다. 당시 마쓰자카는 1984년 드와이트 구든과 마크 랭스턴에 이어 23년 만에 200이닝-200탈삼진을 동시에 기록한 신인투수였지만 성적이 투표율로 연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신인 역대 6번째로 15승-200탈삼진을 기록한 다르빗슈(텍사스)는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오클랜드)에까지 뒤쳐지며 3위에 머물렀다. 리그 MVP까지 거론됐던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에 밀린 것은 당연했지만 세스페데스에 뒤쳐진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03년 신인왕 투표에서 마쓰이 히데키(16홈런 106타점)가 앙헬 베로아(17홈런 73타점)에게 밀린 것을 시작으로 본격화 됐다. 줄곧 자국리그에서 활약하다 뒤늦게 입성한 선수에 대한 신인왕 자격 여부 논란은 미국야구기자협회(BWAA) 소속 기자들의 투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옵트아웃(opt out)을 위한 첫 걸음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할 때 5년 내 750이닝을 던지면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하는 옵트아웃 조항을 넣었다. 계약 기간 동안 선발로 활약하게 될 경우 1년 동안 150이닝 이상을 던져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최근 내셔널리그에서 23년 간 신인왕을 차지한 선발투수 4명의 평균 성적은 14승·175이닝이었다. 계약 첫 해인 올 시즌 옵트아웃을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딛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신인왕에도 근접할 수 있다.
2003년 돈트렐 윌리스(14승6패 평균자책점 3.30) 이후 투수들의 신인왕 수상이 중단된 내셔널리그에서 류현진이 보이지 않는 이중 장벽을 허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