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가 많은 2013년 프로야구. 삼성은 변함없는 강자로 남고 싶은 마음이다. 류중일(50) 삼성 감독은 9일 경산 볼파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내가 그동안 '2010년대를 삼성의 시대로 만들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구단 첫 정규시즌·한국시리즈(KS) 3연패에 대한 의욕이다.
류 감독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다. 그는 "KIA는 부상만 없으면 우승에 도절할 수 있는 전력이다. 두산도 그렇다. SK도 6년 연속 KS에 진출한 '이길 줄 아는 팀'이다. 다른 팀들도 경계해야 한다"고 라이벌 팀을 언급하면서도 "우리도 큰 전력 공백없이 시즌을 맞이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2년 연속 우승을 했다. '충분히 했으니 이제 2위 정도도 괜찮다'는 생각은 없다. 또 1위에 올라야 한다. 선수들에게 '자만심이나 나태함은 큰 적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3월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사령탑을 맡았다. 대표팀 운영과 소속팀과 떨어져있어야 하는 시간 등이 모두 부담이다. 하지만 류 감독은 "내가 감수해야할 일이다. WBC 전지훈련 때 타팀 선수들도 내 선수처럼 대하겠다. WBC 성적은 물론, 정규시즌에 나설 때도 부담이 없도록 삼성의 캠프처럼 훈련하겠다. 나도 펑고 배트를 잡을 것이다. 삼성은 김성래 수석코치에게 '감독처럼 일해달라'고 부탁해놨다. 조범현 인스트럭터(전 KIA 감독)께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새해 공식 첫 훈련을 시작한 소감은.
"내가 '2010년대는 삼성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약속을 지키고 싶다. 올해가 고비가 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선수들에게는 '부상없이 캠프를 치르자'고 했다. 전력공백이 크지 않다.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 3연패가 목표지만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2년 연속 우승을 했다고 쉬어갈 수는 없다. 또 우승을 해야 한다. 프로는 늘 긴장감 속에 살아야 하고,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
-라이벌로 꼽는 팀이 있다면.
"KIA는 이범호·최희섭·김상현 등 거포들이 있다. 지난해 이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고, KIA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윤석민·양현종도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이들이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KIA는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춘다. 김주찬의 영입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두산도 전력이 탄탄하다. SK도 6년 연속 KS에 진출한 강팀 아닌가. 정우람의 공백(군입대)이 있지만 '이길 줄 아는 팀'이다. 지난해 미디어데이에서 내가 프로야구 판도를 '8강 8약'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올해도 같다. 김응용 감독님께서 오신 한화 등 다른 팀들도 4강을 목표로 뛰고 있다. 신생팀 NC가 중위권까지 올라온다면 2013년 프로야구는 혼전 양상을 띨 것이다."
-삼성의 전력은 어떤가.
"정현욱이 LG로 떠났고, 안지만·권오준이 오른 팔꿈치 재활 중이다. 심창민과 젊은 투수들이 이들의 공백을 메워줘야 한다. 포수 이지영의 성장도 삼성의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타선에서는 채태인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이승엽을 영입하면서 채태인과 이승엽을 지명타자·1루수로 반반씩 기용하려 했다. 체력적인 안배를 생각해서다. 그런데 채태인이 기대만큼 해주지 못했다. 올해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
-타선에 대한 구상은.
"최형우를 4번타자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KS 막판 최형우를 4번타자로 기용했다. 성공적이었다. 지난해에는 좌타자와 우타자를 지그재그로 쓰는 타선으로 재미를 봤다. 막상 한국시리즈에서는 좌타자를 연속해서 쓴 게 통했다. 일단 지금은 좌타자를 연이어 쓰는 타순을 생각하고 있다. 2번 정형식 혹은 박한이-3번 이승엽-4번 최형우, 이렇게 좌타자 3명을 붙이는 타순을 구상 중이다. 그러나 타순은 스프링캠프에서 확정할 것이다."
-합작 25승을 거둔 외국인 투수를 모두 교체했는데.
"부담보다는 기대가 크다. 로드리게스는 공이 빠르다. 헐크는 동영상을 보니 두산의 니퍼트와 비슷한 스타일이더라. 니퍼트 정도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사실 외국인선수는 실력만큼이나 적응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나부터 외국인선수의 적응을 돕겠다."
올해부터 홀수구단 체제로 경기를 치른다. 변수가 될텐데.
"한 팀은 4일을 쉰다. 4일을 쉬고 경기하는 팀이라면 상황에 따라 에이스를 연달아 투입할 수도 있다.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크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수도 있지만 다소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마침 삼성이 개막 2연전을 하고 4일을 쉰다. 시즌 초반 개막 엔트리에 불펜투수를 길게 끌고 갈 수도 있다. 어차피 2년 동안 9구단 체제로 경기를 해야 한다.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나도 선수 때 7구단 체제로 경기를 해봤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쉬는 날이 많아지니 좋더라.(웃음)"
-캠프 때 어떤 변화가 있을까.
"코치들에게 '스프링캠프 훈련 방법'을 구상해 오라고 했다. 오늘 받았는데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우리가 삼성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 쇼트트랙 감독이 '올해 우승하고 내년에 같은 양으로 훈련하면 정상을 지키지 못한다'고 하더라. 나도 동의한다. 방법을 다르게 하고, 틀에 박히지 않는 훈련법을 개발해야 정상을 지킬 수 있다. 선수들이 지겨워하지 않고, 캠프를 보낼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WBC 사령탑이다. 2월부터 소속팀을 비워야 하는데.
"2006년 선동열 감독이 WBC 코치로 차출되셨다. 그때도 삼성이 우승했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 김성래 수석코치에게 '감독이라 생각하도 팀을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 조범현 인스트럭터도 많이 도와줄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
-1월 15일 대표팀 유니폼 발표회가 있다. 이제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팬들 앞에 선다.
"감회가 새롭다. 1·2회에는 코치로, 3회 대회에는 감독으로 나선다. 'WBC와 나는 참 인연이 깊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 1회 4강, 2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3회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대표 선수의 이탈로 고민이 클텐데.
"예상했던 일이다. 28명의 예비엔트리를 발표할 때 '류현진·봉중근·김광현·추신수는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김진우의 몸이 좋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때 이미 대체 선수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몸이 아프거나, 뛸 수 없는 선수들을 억지로 데리고 갈 수는 없지 않나. 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해야 경기력도 상승한다."
-WBC 대표팀 전지훈련 구상도 해야할텐데
"2월12일부터 대만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훈련 장소를 많이 빌려놨다. 대표팀 훈련이라고 설렁설렁할 수는 없다. 대표 선수들 모두 정규시즌을 치러야 하지 않는가. 정규시즌을 치를 수 있는 몸을 만들어줘여 한다. 삼성이 전지훈련 때 하는 양만큼, 훈련할 것이다. 펑고받고, 많이 뛰게 하겠다. 나도 수비코치(유지현)를 도와서 펑고를 치겠다. 우리팀 선수라고 생각할 것이다."
-WBC 각오는.
"일본과 쿠바와 한 조가 되는 2라운드가 걱정된다. 쿠바는 아마야구 최강이고, 일본은 국내파만으로도 강한 팀을 만들었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국제대회다. 선수들도 마음가짐이 다를 것이다. 단기전 아닌가.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