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이천수(32)의 K리그 복귀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전남이 이천수의 임의탈퇴 철회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9일자 10면). 이천수가 지난 시즌 전남 홈 경기장을 찾아 팬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봤기 때문이다. 이천수의 복귀를 K리그 감독은 어떻게 바라볼까. 일간스포츠가 K리그 클래식 14개구단 감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전북은 김현수 코치가 설문에 응했다.
◇ 13명 감독 "전남, 임의탈퇴 풀어줘야 해"
14명 중 13명이나 이천수를 용서하려는 전남의 움직임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축구계 선배로서 동정표가 작용했다. 14개 구단에서 최고참인 김호곤(62) 울산 감독은 "이천수가 진정으로 용서를 구한다면 풀어주는 것이 좋다.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뛰어야 하지 않겠나?"는 입장이었다. 박경훈(52) 제주 감독은 "당사자가 아니라 이천수 사건에 대해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면서 "축구 선배로서 이제는 그라운드에 돌아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학범(53) 강원 감독도 "제3자여서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이천수가 진정으로 깨우쳤다면 복귀하는 게 맞다"고 했고, 당성증(47) 대구 감독도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옳다"고 말했다. 사건의 당사자였던 하석주(45) 전남 감독은 "이젠 이천수를 용서했기 때문에 다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안익수(48) 성남 감독은 10분간 생각 끝에 답하지 않았다.
◇ 이천수 영입은? "글쎄"
이천수 영입에는 대다수의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실전 감각 부족과 팀워크를 해칠 위험 때문이었다. 황선홍(45) 포항 감독은 "실전 경기를 뛰지 않은 공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잘 할지는 미지수"라며 영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정원(43) 수원 감독도 "재능은 탐나지만 팀워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김학범 감독도 "팀 분위기가 흐려질 수 있어 영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인완(42) 대전 감독은 "대전의 올해 모토는 열정, 헌신 등인데 이천수가 이 부분에 100% 충족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하석주 감독은 "사건의 당사자라서 다시 함께 가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이천수 영입을 원하는 감독들도 있었다. 윤성효(51) 부산 감독은 "팀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조커로 활용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김봉길(47) 인천 감독도 "이천수는 기량이 우수하기 때문에 영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진한(52) 경남 감독은 "공백기가 길었지만, 국내에서 그 정도 재능을 가진 선수를 찾기 어렵다"며 K리그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최용수(40) 서울 감독과 김호곤 감독은 '노코멘트'였다.
◇"국가대표 될 것" 0%
이천수가 복귀하면 국가대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감독은 한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다. 이천수가 삼십대에 접어들었지만, 타고난 재능은 무시할 수 없었다. 9명의 감독이 팀에서 베스트11에는 들 것(64.3%)이라고 예상했다. 하석주 감독은 "시즌 초반은 어려울 수 있지만, 후반에는 충분히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김현수 전북 코치는 "나이가 있어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주전 정도의 활약은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성증 감독은 삼십대의 나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나이가 들어 고참 선수가 됐으니 그에 따른 성숙함이 생겼을 것"이라며 "어느 팀을 가도 주전으로 활약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복귀한다면 한 시즌에 5~10골 넣을 수 있다는 대답도 많았다. 최용수 감독과 박경훈 감독은 정말 열심히 한다면 11~15골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부활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력이 살아나려면 쉰 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완벽한 재기까지 1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조건을 단 감독도 있었다. 최용수 감독은 "다시 축구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몸은 만든다면, 충분히 부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안익수 감독은 "개인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주위 환경이 잘 뒷받침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