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억원. KT가 한국프로야구 신규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 지출하는 총액이다. 17일 구단주 총회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낮은 가입금 30억원·예치금 100억원을 산정하며 KT를 배려했다. KT가 자발적으로 야구발전기금 200억원을 약속하며 구단주들의 마음을 얻었다. 납입시한은 창단 승인일(17일)로부터 가입금 30일, 예치금 90일, 야구발전기금은 1년 이내다.
'200억원 효과' 가입금 축소
KT가 약속한 '야구발전기금 200억원'은 구단주 총회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석채(68) KT 회장은 7일 KBO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할 때 직접 '200억원'을 써넣었다.
이 회장은 17일 구본능(64) KBO 총재로부터 신규회원 인증서를 받았다. 10구단 구단주의 권한과 책임을 짊어지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을 만든 결정적인 선택 하나. 야구발전기금 200억원이었다. 2년 전 9구단 NC는 야구발전기금 20억원을 냈다. KT는 스스로 이 금액을 10배로 불렸다. 경쟁자 부영이 제시한 80억원보다도 2.5배 높은 액수다.
구단주 총회는 KT의 결단을 환영했다. 총회는 "야구발전기금으로 충분히 의지를 보였다"며 가입금(30억원)과 예치금(100억원)을 2년 전 NC 창단 때와 동일하게 책정했다. 양해영(52) KBO 사무총장은 "총회에서 '1986년 빙그레가 창단할 때 얼마의 가입금을 냈나'라고 물으셨다. '가입금 대신 3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현재 야구회관을 지었다. 현 시가로는 180억원 정도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야구발전기금과 가입금 총액 230억원이면 충분하겠다'라는 결론을 내리더라"고 전했다. 이사회에서는 "가입금 100억원"을 외치는 구단도 있었다. 하지만 총회에서는 가입금이 확 줄었다. 양 총장은 "KT가 이후 독립리그 운영과 돔구장 건설,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추가로 투자해야할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합리와 성의, 200억원 책정 과정
이석채 회장은 자신이 결론내린 야구발전기금의 규모에 대해 17일 "합리적이면서도, 성의를 보일 수 있는 금액"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 구단을 인수하려면 얼마를 내야할지 먼저 계산했다. 우리는 신생팀을 창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액이 적게 든다. 기존 구단을 인수하는 금액에서, 창단 금액을 빼는 등 여러 계산을 했다. 그리고 적정한 금액을 산출했다. KT는 여러 기업을 M&A했다. 발전기금을 낼 때도 그 기법을 적용했다"며 "그동안 선배 구단들이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다. 우리가 '무임승차'를 하면 되겠나. 선배들의 노력을 충분히 보상하지 못해도, 성의는 보여야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예치금은 일종의 안전장치다. KT는 10구단 창단을 앞두고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다. KBO는 "KT가 경영권 상실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 나오면 100억원의 예치금은 KBO에 귀속한다. 2만5000석 규모 이상의 경기장 확보도 KT와 수원의 의무 사항에 준한다. 약속을 지킬 경우 5년 뒤 돌려준다"라고 했다. NC도 창단 당시 100억원을 예치금으로 냈다. '100억원'은 창원 신축구장 계획이 흔들릴 때마다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