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커피 개발을 하고,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가 돼서 직원을 둔 사장이 되고 싶어요."
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박유진(26)씨가 수줍게 꿈을 밝혔다. 박씨의 말은 다소 부정확하고 어눌한 발음에 작은 목소리였지만 깊은 뜻은 분명하게 전달됐다.
KRA한국마사회는 16일 구리시청에서 사회적 기업 3호점 '나는 카페' 구리점 개업식을 했다. '나는 카페' 구리점은 구리시가 청사 1층에 10㎡의 공간을 제공하고 한국마사회가 인테리어 비용 4000만원을 지원해 탄생했다. 앞으로 이 카페는 매니저 1명을 포함한 발달장애 청년 5명이 교대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청년들은 지난 8개월 동안 한국마사회의 '꿈을 잡고(Job Go)'라는 바리스타 양성 직업훈련과정을 밟았다. 사회로 나온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바리스타를 꿈꾸는 교육생 중에는 발달 장애를 겪는 데다 학교에서 집단따돌림 등을 겪으면서 조울증까지 앓게 돼 치료를 받기도 한 학생도 있다. 학교 졸업 후 복지시설에서 직업 교육을 받았지만 취업은 꿈도 꾸지 못했다. 취업이 아니라 3년 교육기간이 만료돼 결국 대책 없이 집으로 돌아가 꿈을 키우는 것조차 포기해야 했다.
바리스타 김수형(32·가명)씨도 그랬다. 지금까지 면접만 80번 정도 봤지만 매번 낙방했다. 김씨는 "난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회는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언젠가는 유명 프랜차이즈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꿈을 잡고' 프로젝트는 장애청년의 장애유형에 맞게 특화된 직업교육훈련을 거쳐 취업과 연계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사단법인 새누리장애인부모연대가 구리·안산·고양·의정부·시흥 등지에서 발달장애 청년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한국마사회가 바리스타 양성 교육을, 경기도는 장애청년 선정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한국마사회는 의정부를 시작으로 구리·일산·안산·시흥 등 마사회 장외 지점 5곳에서 장애인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지점마다 1억2000만원씩 지원해 에스프레소 머신 등 바리스타 교육 장비를 구비하고 지금까지 44명의 지적장애청년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했다. 물질 지원보다는 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뜻이다.
그 결과 지난해 안산에 1호점, 의정부에 2호점을 열었다. 한국마사회와 경기도는 향후 매년 3개씩, 2014년까지 총 15개 커피전문점과 120명의 지적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한국마사회 지원이 없더라도 자생 가능한 사회적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장태평 한국마사회 회장은 "장애인을 위한 일방적인 지원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카페' 3호점 개소는 민·관·공기업이 힘을 합쳐 장애청년 취업의 든든한 삼각대 역할을 하는 사회공헌의 선도적인 역할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한국의 커피 산업은 크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바리스타 교육이 장애 청년 취업이나 창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취임 이후 사회적 공헌 활동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전국에 흩어져 있는 마사회 장외발매소 객장을 '꿈을 잡고' 프로젝트에 활용하기로 했다. 국내 최초 승마 정서장애 치료기관인 KRA 승마힐링센터도 이와 같은 고민의 연장선에서 나왔다. 한국마사회는 '장애청년 꿈을 잡고' 라는 사회적 기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약 20여개의 또 다른 사회적 기업의 발굴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에 앞장 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