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의 제왕'에 등장하는 이고은 역에 대한 설명은 배우 정려원(32)과도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 옛날 샤크라로 데뷔해 어느새 배우 정려원으로 다가온 그녀는 청순한 외모와 매력적인 미소로 브라운관을 사로잡는 대표 여배우다. 드라마 제작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 '드라마의 제왕'에서 초짜 작가이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줘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받았다. 거창한 드라마 제목과는 달리 6.7%라는 아쉬운 시청률로 끝을 맺었지만 "숫자는 숫자일 뿐 성적은 아니다"고 말하는 당찬 그녀를 소공동 한 호텔에서 만났다.
-시청률이 그닥 좋지 않아 아쉽겠다.
"정말 이렇게 피드백이 좋았던 작품이 없었는데 정작 시청률은 안나와서 의아했다. 관계자만 재미있었다는 얘기도 있고, 하하. 신기한 것은 현장 분위기도 엄청 좋았다. 나중에 봐도 "내가 저때 참 잘 했다"는 작품이 될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고은 역은 완전히 초보 작가임에도 굉장히 위기대처능력이 뛰어나더라. 함께 작품을 했던 작가들 중 참고한 인물이 있나.
"고은이가 스스로 해결하기 보단 앤서니가 나서서 해결해 주는 것이 많아 더욱 여유로워 보였을거다. 사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한가 싶었다. 그런데 드라마를 하다보니 가장 솔직한게 가장 힘들지만 가장 쉽기도 한 일임을 알게됐다. 이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마찬가지다. 고은이도 이런 사실을 깨달았던 게 아닐까. 그래서 초짜 작가임에도 정면돌파하니 문제점들이 해결됐을 거다."
-이번 드라마 현장 분위기는 그렇게 좋았다면서 2012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선 왜 비판의 날을 세웠나.
"우리 드라마를 향한 칼날이 아니었다. 한국 드라마 현장 전반에 대한 얘기를 했을 뿐이다. 그리고 나 정려원을 챙겨달라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노고를 알아달라는 외침이었다. 드라마를 찍다보면 너무 위험한 경우가 많다. 스태프들은 매일 목숨을 내놓고 찍는다. 문제는 그것에 대한 보상이 미미하다는 거다. "수고했어"라는 말로 묻어버리기에는 그들이 감수하는 것이 너무 크다. 별 탈 없이 방송이 되니 항상 묻혀버리는 거다. 그러나 드라마가 잘 나온다고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런 점을 알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앤서니 김 김명민과의 호흡은.
"처음에는 무지 떨었다. 무척 엄격하고 성실한 이미지 아닌가. 나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는 선배라고 생각해서 더 어렵고 무서웠던거 같다. 그런데 함께 촬영을 하면 할 수록 김명민 선배의 매력에 빠져들더라. 그저 행동을 보여줄 뿐인데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온다. 예를 들면 촬영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것은 물론 의상을 갈아입거나 다른 신 준비를 할때 자투리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선배가 그렇게 하니 모든 후배 배우들이 따라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촬영 대기 시간이며 잡다한 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들고 촬영 현장 자체가 탄력을 받아 움직이게 된다.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배우게 만들어 준 선배다."
-2012 연기대상 시상식 MC를 맡았다. 2부에 입었던 황금빛 드레스는 각종 매체에서 베스트 드레스로 뽑혔던데.
"기자분들이 어느 디자이너 제품인지 아무리 서치해도 알아내지 못할 거다. 영국 이베이에서 낙찰 받은 빈티지 드레스다. MC가 결정되고 올해 드레스 룩북을 봤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한번 찾아보자고 나서서 이베이를 뒤지다가 찾아냈다.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드레스였지만 사이즈가 엄청 커서 망설였다. 하지만 고치고 나니 완벽했다. 엄청 뿌듯했다."
-지난해는 '샐러리맨 초한지'를 비롯해서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를 찍는 등 바쁜 한해였다. 특히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엄태웅이 얼마전 결혼식도 올렸다. 당시 관객 250만을 넘으면 실제 결혼을 하겠다고 공약해서 화제였는데.
"그러니깐 말이다. 심지어 당시 그 공약때문에 오빠와 핑크빛 열애설도 돌았다. 우리 둘이 한남동 스테이크 집에서 손잡고 나오는 걸 봤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오빠의 짝은 내가 아님이 증명됐다. 하하. 좋은 짝을 만난 오빠가 부럽다."
-서른도 훌쩍 넘겼다. 결혼도 생각할 나이인데.
"모든 게 때가 있는 거 같다. 연애를 한다면 공개연애를 할 생각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짝을 만나지 못한 거 같다. 나는 연애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알아차릴 정도로 폭 빠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작품과 연애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보통 한 작품 끝나면 에너지가 고갈돼 '건들이지마, 정말 쉴꺼야'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데 드라마의 제왕을 찍으면서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아서인지 빨리 다음 작품에 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