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45)은 자신의 이미지를 일정한 틀에 가두지 않는 배우다. 언제나 대작 한편을 마친 뒤에는 그보다 작은 규모의 영화에 출연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블록버스터급 제작비가 투입된 '황해'를 마친뒤에는 소소한 생활연기가 돋보인 '완득이'에 출연했고, 1000만영화 '도둑들' 이후에도 휴먼드라마 '남쪽으로 튀어'를 선택했다. 이번에는 무정부주의자 최해갑 역을 맡아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섬 촬영이 힘들지 않았나.
"'도둑들'이나 '황해'처럼 액션신이 없어 육체적인 피로감은 덜했다. 또 워낙 바다를 좋아해 섬 생활이 나쁘진 않았다. 영화속에 나온 배도 직접 몰고 다녔다. 낚시대를 가져가 망중한을 즐기기도 했다. 단, 에어컨 없이 한여름을 버틴다는게 쉽지 않았다. 보기에는 굉장히 아름다운데 막상 들어가서 하루, 이틀이 지나가면 서서히 말이 없어진다."
-섬에 들어갈때 술도 좀 가져갔나.
"영화 찍으면서 이렇게 술을 안 먹은 적이 없었다. 술을 아예 안 먹은건 아닌데, 너무 더우니까 그나마 있는 술도 안 마시게 되더라. 에어컨 바람 한번 안 쐬고 그 여름을 땡볕에서 보냈으니 어땠겠나."
-대작과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의 소품을 병행하는건 의도인가.
"의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마침 그 시기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시나리오가 나를 찾아왔다. 만약 '황해' 이후에 또 다시 '센 영화의 센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졌을수도 있을 것 같다. 항상 기준이 명확한데, 그 시기에 제의가 들어온 시나리오 중 나를 설득시킨 작품을 택한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들중 하나 쯤은 극중 최해갑처럼 삐딱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도 같았다. 만약 그렇다면 그 녀석을 만나 술 한잔 나눠보고 싶었다."
-아내 역의 오연수와 연기해본 소감은.
"학창시절 '책받침' 속에 존재하던 스타 아닌가. 언젠가 백일섭 선생님이 '실물이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로 오연수를 꼽은 적이 있다. 나 역시 그렇게 느꼈다. 내가 만난 이들 중에 실제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였다. 촬영장에서도 캐릭터의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거의 화장을 하지 않더라. 그런 프로근성이 참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다. 막상 말을 섞고 보니 털털하고 더 정감이 가는 타입이었다. 친구 하고 싶은 느낌이랄까. 그런 여배우는 처음 봤다."
-20년지기 송강호와 요즘도 자주 만나나.
"자주 연락하는 편이다. 서로의 출연작을 보고도 별 말은 하지 않는 편이다. 말 안해도 그냥 서로 다 알고 있다. 요샌 둘 다 늙어서인지 술을 많이 못 먹는다. 그저 만나면 맥주만 마시곤 한다."
-CF를 안 찍는 배우로 소문이 나 있다.
"CF 안 찍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렇게 알고계신 분들이 많더라. 제품과 광고 내용만 잘 맞아떨어진다면 출연할 의사도 있다. 이미지에 맞게 커피 광고 이런거 괜찮지 않을까.(웃음)"
-이번 영화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감독 데뷔 계획은 없나.
"해보고 싶다. 내가 아는 배우들의 절반 이상이 감독을 꿈꾼다. 어차피 배우는 선택되어지는 입장이라 언젠가는 '내 이야기'를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 중요한건 '내 이야기'가 있느냐는거다. 그걸 찾는데 시간이 꽤 걸릴거다."
-지난해 망년회때 소속사 매니저들에게 용돈을 돌렸다던데.
"사실 막내급 매니저들이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나. 그들을 보면 연기를 갓 시작했을때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열심히 해서 꼭 좋은 위치까지 올라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서로 기분 좋자고 적은 액수나마 돌려본거다."
-'더티섹시'라는 수식어에 대한 생각은.
"맘에 든다. 하지만 기왕이면 '더티'는 류승룡에게 주고 '섹시'만 가지고 싶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