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김태균(31)의 별명은 '김별명'이다.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하나씩 늘어나더니 언젠가부터 '김별명'으로 통한다. 성 뒤에 무엇이든 붙이면 그럴싸한 별명이 된다. '김의리', '김두목', '김해결', '김양보' 등 별명 수집가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크르 구자철(24)은 김태균 못지 않다. '구별명'이다. 구자철은 K리그 제주 시절 '어린왕자'라 불렸다. 구자철은 어린왕자 같은 곱상한 외모를 지녀 2010년 여대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싶은 K리거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자철은 유럽 진출 후 고유명사 별명 어린왕자 대신 십여개의 별명을 얻게됐다. 구자철과 톰과 제리처럼 지내는 '절친' 기성용(스완지시티)이 한 몫(?)했다. 기성용은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 특산물 한라봉에 구자철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구자철은 '구자봉'이라 불리게 됐다. 구자철은 기성용이 고구마와 갈비에도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 '구구마', '구갈비'란 별명도 얻었다. 기성용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구자철이 평소 오글거리는 말을 한다며 '구글거림(구자철+오글거림)'이란 별명을 폭로하기도 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구자철 별명짓기는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늘 성실하고 꾸준한 축구선수 구자철에 대한 애정 표현의 일환이다. 축구팬들은 일본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주심의 판정에 "Why? Why? Why?"라고 항의한 구자철에게 '구와이(구자철+와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또 온라인 축구게임 광고에서 이 장면을 눈부신 연기력으로 패러디한 구자철에게 '구배우(구자철+배우)'란 닉네임도 안겼다. 최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전과 마인츠05전에서 마치 수류탄을 투척하는 듯한 동작으로 주심에게 거세게 항의한 구자철에게 '구류탄(구자철+수류탄)'이란 새로운 별명도 붙여줬다. 기성용은 트위터에 "심판 잡아먹겠다"는 글을 남겼다. 잘못된 판정에 어필하는 것은 거친 유럽 무대에서 살아 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구자철은 장난 섞인 별명 외에 좋은 의미를 지닌 별명도 많이 지녔다. 구자철은 프랭크 램퍼드(첼시)처럼 경기 조율 능력과 득점력을 겸비했다며 '구파드(구자철+램퍼드)'라 불린다. 1970년대 네덜란드 요한 크루이프의 180도 방향을 바꾸는 드리블인 크루이프 턴이 주무기라 '구루이프(구자철+크루이프)'라 불리기도 한다. 구자철은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 신화를 쓰며 1부 잔류를 이끌어 현지 언론으로부터 '아우'쿠(KOO)'스부르크'란 닉네임도 얻었다.
구자철은 청소년 시절부터 주장을 도맡아 '캡틴구(캡틴+구자철)'란 별명도 지녔다. 어머니처럼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챙긴다며 '구줌마(구자철+아줌마)'라 불리기도 한다. 또 구자철은 기부를 생활화해 '구천사(구자철+기부천사)'란 닉네임도 가졌다. 구자철은 지난해 언론에 알리지 않고 백혈병, 희귀 난치병 환아 2명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기부와 나눔에 관심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