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이정재, 내가 직접 캐스팅”



톱배우 최민식(51)이 온몸에 힘을 빼고 후배들의 뒤를 받쳐주는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신세계'(박훈정 감독)에서 최민식이 맡은 역할은 경찰서 수사기획과 강과장. 일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국내 최대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기위해 신입경찰 이정재에게 내린 잠입수사 명령을 8년째 거두지않고 있는 비정한 캐릭터다. 이번 영화에서 최민식은 전체의 밸런스를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후배 황정민과 이정재를 부각시켰다. 전작에서 보여준 것처럼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드러내진 않지만 충무로 맏형님만이 가질수있는 여유로움으로 작품에 기여해 '역시 베테랑'이란 말을 끌어냈다.

-이번 작품에서 캐스팅 디렉터 역할을 자처했다던데.

"'악마를 보았다'에서 작가로 만난 박훈정 감독의 재능이 아까워 그의 신작 '신세계'를 꼭 완성시키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멋진 영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괜찮은 배우를 모아 투자를 받자'라고 의기투합했다."

-황정민과 이정재에게 직접 캐스팅 제의를 했나.

"정재에게는 직접 전화를 했다. 마침 정재가 연기할 캐릭터의 캐스팅이 빨리 진행되지 않았고 내 머릿속엔 이정재라는 배우가 맴돌고 있었다. 박훈정 감독에게 '이정재 어떠냐'는 말을 꺼낸뒤 직접 전화를 해 '좋은 작품 있으니 같이 하자'고 다짜고짜 제의를 했다. 그렇다고 강요한 건 아니고 '난 네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전달했을 뿐이다.(웃음)"

-그렇게까지 박훈정 감독의 편에 섰던 이유는 뭔가.

"박감독에게서 요즘 작가·감독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자부심과 고집을 봤다. 나 역시 그런 면이 너무 보여 '네가 그런 고집 부릴때냐'라고 충고하면서도 특유의 완고함이 좋아보였다. 무작정 제 고집만 내세우는게 아니라 상대의 충고를 받아들일줄 알기 때문에 말도 통한다. 너무 현실적인 친구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만난 내 스타일의 친구다."

-연기에 관해선 더 이상 할말이 없는 베테랑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나.

"연기욕심은 끝이 없다.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을 마친후라 이번에는 하는듯 마는듯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보이려 노력했다. 똑같은 연기는 재미없다."

-세 배우의 출연만으로 굉장한 힘이 느껴지는 영화다. 카메라가 꺼진후의 촬영장 모습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쌈마이'들의 향연이지.(웃음) 아니다. 나 혼자 쌈마이고 정민이가 약간 나와 비슷해지려하는 스타일이다. 정재는 좀 다르다. 양반스타일이다. 그렇다고 매일 술이나 먹고 놀았던건 아니다. 우선 정민이는 영화 외에도 뮤지컬 연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공연을 봤더니 굉장히 좋더라. 팔방미인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생긴건 그래도 재주가 굉장히 뛰어난 친구다."

-황정민처럼 연출에 대한 욕심은 없나.

"어쩔때는 욕심이 난다. '나같으면 저렇게 안 찍을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감독이 되겠다고 설쳤다간 여러 사람 고생시킨다. 영화감독은 별의 별 골치아픈 일을 다 헤쳐나가야하는 직업이다. 내가 본 유능한 감독들은 그런 방면에 굉장히 뛰어나다.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했을 때도 박찬욱 감독이 화내는걸 본 적이 없고 강제규 감독이 당황하는 걸 느껴본 적이 없다. 그들을 보며 '감독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런닝타임 때문에 먼저 본인 분량을 삭제해도 좋다고 했다던데.

"물론 배우로서 많이 아쉽다. 런닝타임이 3시간 정도 됐으면 좋았겠다는게 내 진심이다. 하지만, 그렇게 영화를 편집했다가 관객들이 적응못하면 어떻하나. 다만,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이 나올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신작 '명량, 회오리바다'의 촬영은 어떻게 진행중인가.

"총 14회차를 찍었다. 이제 바다 촬영이 시작되면 죽었다고 봐야겠지. 날씨도 춥고 선박 세트에서 흔들거리기 시작하면 멀미로 고생할 것 같다."

-이순신 역을 맡았다. 어떤 이순신을 보여주고 싶나.

"내게 가장 중요했던건 그 분이 남긴 '난중일기'다. 기록적인 해전의 승리를 일궈내기까지 굉장히 고독했던 것 같다. 스트레스도 엄청났던 것 같다. 관념적으로 이순신 장군을 영웅화시켰지만 그 내면에는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가 있었을거다. 이번에는 그런 면들을 꺼내 보여주고 싶다."

-지난해 '힐링캠프'에서 모교를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동국대 후문의 단골 중국집에 가서 '이 집이 최고'라고 했다. 그 방송 이후 다시 그 집에 간 적이 있는데 사장님이 '고맙다'고 하시더라. 광고효과가 쏠쏠했나보다.(웃음) 한석규도 '힐링캠프'에 나간다더라. 내가 권한건 아니다. 경규형이 직접 움직였을 것 같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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