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4·스완지시티)이 18일(이하 한국시간)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경기에 결장했다. ‘우상’ 제라드와의 기대했던 맞대결은 무산됐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니, 결장한 게 오히려 기성용에겐 잘 된 일이다. 기성용이 팀의 핵심 주전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했기 때문이다.
기성용이 이날 경기에 결장한 직접적인 이유는 몸살감기 때문이다. 스완지시티 구단 공식 트위터는 “기성용이 인후의 염증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성용은 리버풀 원정엔 동참했지만, 명단에선 빠졌다.
그러나 리버풀전에서 베스트11에 들지 못한 건 기성용 뿐 아니다. 리그 득점 3위(15골)를 기록 중인 미구엘 미추와 나단 다이어, 웨인 라우틀리지, 앙헬 랑헬 등 주전 다수가 선발에서 제외됐다. 경기를 중계하던 박문성 SBS ESPN 해설위원은 “베스트 11 명단과 교체 선수 명단이 바뀌었나 싶을 정도”라고 전했다.
미카엘 라우드럽 스완지시티 감독이 주전을 대거 제외한 이유는 간단하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캐피탈원컵(리그컵) 결승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스완지시티는 25일 런던 웸블리 경기장에서 브래드포드 시티(4부리그)와 리그컵 타이틀을 두고 대결한다.
스완지시티에 리그컵 우승은 특별하다. 지난 2011~2012시즌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스완지시티는 아직 이렇다할 우승 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없다. 더구나 스완지시티는 이번 시즌 구단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에 리그컵을 거머쥔다면 이는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얻게 되는 것은 덤이다. 유럽 축구 대항전에 나가는 것 역시 남웨일스팀 스완지시티로선 영광이다.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라우드럽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선택했다. 리그의 경우 현재 8위(승점 37점)로 우승을 다투는 입장도, 반대로 강등을 우려해야 하는 경우도 아니다. 라우드럽 감독은 이번 리버풀 전을 통해 그동안 뛰지 못한 비주전에겐 기회를 주고 주전들에겐 체력을 비축할 시간을 제공했다.
즉 기성용이 리버풀전에서 선발에 들지 않은 건, 역으로 반 시즌만에 팀의 핵심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박 위원 역시 “(리그컵 결승을 위해)주전이 모두 제외되는 상황에서 기성용 역시 그 안에 들었다는 것은 좋게 해석할 수 있다”고 중계 도중 설명했다.
이날 라우틀리지와 다이어 등은 후반 교체 멤버로 투입됐지만, 간판 골잡이 미추는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라우드럽 감독은 몸살을 앓고 있는 기성용을 아예 명단에서 제외시키며 체력적으로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기성용 스스로에게도 잘 된 일이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이후 쉴 새 없이 달려온 기성용은 최근 피로를 호소해 왔다. 크로아티아와 평가전(6일)이 열린 주엔 7일 동안 3경기를 치르는 등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휴식이 기성용에겐 약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