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부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피곤해질 전망이다. 밀가루·주류·김치·장류 등 식탁물가를 좌우하는 식료품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 정부의 가격 규제로 억눌려있던 식품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슬금슬금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물가 관리가 허술한 정권 교체기를 노려 막바지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가격인상의 포문을 가장 먼저 연 곳은 제분업계. 주요 곡물가 인상을 이유로 삼양사를 비롯한 제분업체들이 일제히 밀가루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미 지난달 초 CJ제일제당, 동아원, 대한제분이 가격을 인상했으며, 20일부터는 삼양사도 밀가루 전품목 가격을 평균 8~9%인상한다.
김치 가격 인상도 인상됐다. 대상 FNF 종갓집은 지난 14일 전후로 포기김치 등 김치 50여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7.6% 올렸다. 풀무원, 동원 등도 현재 인상폭을 최종 조율하고 있어 도미노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CJ제일제당은 가격 인상 요인이 아직까지는 크지 않다고 판단, 김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미료, 장류 등도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지난달 11일 CJ제일제당이 장류 가격을 7.1% 올린 데 이어 샘표식품도 간장 출고가를 평균 7% 인상했다. 지난 18일에는 대상도 이에 합세해 장류와 조미료 등 주요 7가지 품목의 가격을 평균 8.4% 올렸다.
주류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의 출고가를 8.19%,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을 8.8% 인상했다. 롯데주류는 최근 위스키 '스카치블루'의 가격도 5.6% 올렸다. 전통주인 국순당 백세주의 가격도 다음달 1일부터 6~7% 오른다.
라면의 경우, 삼양라면과 팔도는 지난해 가격을 올렸지만 농심과 오뚜기는 동결한 상태라 인상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식료품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이유는 식품업계가 새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을 가격인상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서민 부담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설 이후로 미뤄줄 것을 식품업체에 요청해,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식품업체들이 물가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권말 정부의 규제가 느슨해진 틈을 노려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정부가 가격 인상 시기를 정권말로 늦췄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고 전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