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탕하고 매력적인 남자'. 배우 곽도원(39)을 두고 관계자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연기파 배우 이전에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술 한잔을 곁들이며 대화를 나눠본 곽도원은 실제로 그랬다.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소탈한 성격은 기본, 여기에 재치와 유머까지 곁들인 입담 덕분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수 없었을 정도다. 특유의 '목욕탕 목소리'와 속 시원한 웃음도 중독성이 있었다.
곽도원과의 취중토크는 새 영화 '분노의 윤리학'(박명랑 감독, 21일 개봉)을 핑계로 이뤄졌다. 조진웅·김태훈·이제훈 등 곽도원의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의 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화.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내면으로부터 '악함'을 끌어내 보여주는 수작이다. 곽도원은 어린 여자와의 불륜을 즐기다가 살인용의자로 지목돼 몰락하는 교수를 연기했다.
이날 테이블에는 '치맥'(치킨+맥주)이 올라왔다. 곽도원의 주문으로 소주가 곁들여졌다.
▶데뷔후 첫 베드신에 긴장
-이번 영화는 같은 소속사 배우들끼리 함께 해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제훈이는 나이차이가 있어 자주 볼 기회가 없었지만 진웅이는 연극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어 친하게 지냈던 사이예요. 태훈이는 '아저씨' 때 만나 친해졌어요. 마지막 촬영 때는 그날 분량이 없는 배우까지 다들 모였어요. 저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현장에서 끝나기만 기다렸죠. 그 새벽에 설렁탕집에 가 1차를 시작했는데 결국 정오가 넘어서야 끝이 났어요."
-이번에도 교수 역할이에요. 인텔리 역할은 도맡아하시는거 같아요.
"저도 부담이에요. 실제와는 참 다른데 말이죠.(웃음) 원래는 진웅이가 맡은 사채업자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임팩트 있는 대사는 그 쪽으로 몰려있었고 무엇보다 연기하는 재미를 느낄수 있는 캐릭터였거든요. 그런데 이미 진웅이가 하기로 결정됐다고 하더군요. 제가 맡은 캐릭터도 권위적인 인물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표현할수 있어 매력적이었어요."
-멜로 영화 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안 그래도 굉장히 처절한 사랑 영화 출연제의가 들어왔어요. 박철수 감독님 작품이었죠. 시나리오를 읽고 있던 와중에 박철수 감독님의 사고사 소식을 들었어요. 갑작스레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죠."
-극중 20대 초반의 여배우와 펼친 베드신이 인상적이더군요.
"이런 연기는 저도 처음이예요. 특히 상대 여배우였던 고성희는 저보다 23살이 어린데다 이 작품이 데뷔작이나 다름없어요. 이런 이유 때문에 마음 편하게 먹으려고 했는데도 괜히 긴장되더군요. NG없이 한번에 끝내려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야해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자정 무렵에 잠이 깨버려 난감했죠. 살짝 설렌 것도 사실이예요.(웃음)"
-신음소리만 나오는 장면도 있던데 후시녹음할때 힘들었겠어요.
"다행히 따로 녹음했어요. 감독님이 성희에게 어떤 걸 요구했는지 모르겠는데 제게는 여러 동물 수컷들이 교미할때 내는 온갖 소리들을 다 시켰어요. 사자도 됐다가 늑대도 됐다가 4시간 동안 신음소리만 냈더니 머리가 어지럽더라고요."